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 “결국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18일까지 강제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중재위 설치 요구에 한국이 불응할 경우 ‘대항 조치’에 나설 것임을 거듭 강조했으나 청와대는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징용 피해자 측은 미쓰비시의 국내자산에 대한 강제 매각 절차를 밟겠다고 한다. 한·일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양국 간 치열한 공방 속에 기업들의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일본은 18일까지 추가 보복을 예고하고 있고 24일까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공포할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일본의 엄청난 음모가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나 결론부터 말하면 일본의 보복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위안부 재단 해체에서 비롯된 외교 문제다.
문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말했듯이 “이제라도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기 바란다”를 본인이 실천하면 된다. 일본의 행태와 아베의 술수를 몰랐단 말인가. 청와대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삼권 분립’을 이유로 8개월간 수수방관하면서 일을 키웠다. 일은 정부가 저질러 놓고 국민들을 격동시키고 우리 기업들은 살기 위해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지금 정부가 국민의 반일 정서를 자극하면서 그 탈출구를 찾는다면 최하책이다. 이길 승산이 있으면 제대로 한판 붙겠지만 방법이 없으면 확전은 좋은 방안이 아니다. 이번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동조세력을 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인데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의 미국 방문 결과는 사실상 미국의 지원을 얻어내는 데 실패했다.
뜬금없이 1910년 국채보상운동과 1997년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들먹인 것이 그 증거다. 우려스러운 점은 미국이 지금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일본이 사전 협조 요청과 양해를 구했을 가능성이 있고 미국도 암묵적 동의를 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WTO 제소, 국산화, 수입처 다변화 등 좋은 말은 전부 동원하고 있으나 신통한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가 일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소재, 부품, 장비는 한마디로 일본 기술 경쟁력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원천기술의 격차가 현격한데 기분대로 조선시대까지 들먹이며 반일감정에 호소한들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방법은 딱 하나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을 통한 갈등 해결이다.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22년 전 IMF로 가기 직전 일본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해 비참한 상황에 처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럼에도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를 최선으로 만들었다. 자존심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이 먼저였기 때문이었다. 원인을 우리가 제공했으니 해법도 우리가 먼저 제시해야 한다. 일본은 밉지만 우리도 당당하지 않다. 지금은 의병을 조직할 때가 아니라 냉정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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