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 염태영 회장(수원시장)을 비롯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임원들이 모였다. 이날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지방정부 위기극복을 위한 5대 선언’을 발표했다.
현장에서 느낀 기자회견의 분위기는 ‘비장하다’라는 표현이 적합할 듯하다. 회견장 플래카드에 그려진 위태로워 보이는 ‘심전도 그래프’가, ‘대한민국 기초가 위기다’라는 문구가, 그리고 기자회견에 나선 시장들의 표정에서 이번 기자회견이 단순히 ‘말’로 그치지 않을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기초지방정부 위기극복을 위한 5대 선언’에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조속한 통과 △기초지방정부와 협의에 의한 ‘재정분권’ 추진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복지대타협 △지방소멸 위기에 적극 대응 △지방분권형 개헌 등이 담겼다.
염태영 회장은 “그동안 기초지방정부들은 중앙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에 좌절해왔다”며 “최근 중앙정부는 재정분권 추진 과정에서 기초지방정부를 배제했다. 자치경찰제, 교육자치 등의 정책을 결정할 때도 소외됐다. 현재 상황은 ‘지방분권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는 행동으로 나서겠다. 전국을 돌며 토론회를 개최하고 시민단체와 협력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중앙정부를 향한 일종의 ‘선전포고’로 해석된다.
지방분권형 개헌이 동력을 잃어가는 시점에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에 표류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시장ㆍ군수ㆍ구청장들의 이번 외침은 적지 않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우려되는 부분도 크다. 시장군수들이 보여주겠다는 행동이 전국을 돌면서 토론회를 여는 것이 전부라면, 과연 중앙정부가 이들의 외침에 응답하겠는가. 또 세금을 내는 시민들은 혜택만 받으면 되지, 그 혜택이 중앙정부 주머니에서 나온 돈인지, 시ㆍ군 주머니에서 나온 돈인지 중요하지 않다. 시장ㆍ군수ㆍ구청장들에게 가장 큰 무기는 ‘시민들의 지지’일 텐데, 시민들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끌어내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쨌든 선전포고는 했다. 만약 이번에도 단순한 외침에 그친다면 향후 중앙정부는 더욱더 시장ㆍ군수ㆍ구청장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염태영 회장을 비롯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의 다음 행보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이호준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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