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최근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등 경제 보복에 나서자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등 반일 감정이 불타오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여러 의견 중 가장 인기 있고 귀에 속속 들어오는 말이다.
이 말은 원래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로 영국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이 평생의 덕목으로 삼았다는 말이다.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얘기다.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마음 사이 어디쯤에서 균형을 잡아야 할까 고민하게 하는 말이다.
현재 네티즌들은 이 말의 앞뒤를 바꿔 반일 운동의 자세를 언급하고 있다. 가슴은 뜨겁게 반일 운동을 하고, 다만 머리는 냉철하게 유지하는 지혜를 갖자라는 의미로 쓰고 있다.
지난 7월23일 오후 인천 남동구에서 자신이 타던 일본산 렉서스 승용차를 쇠파이프로 때려 부수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중 하나로 상인회가 준비한 행사였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사드 갈등 당시 한국산 제품을 불태우던 중국인들의 행동에 빗대며 ‘비이성적’이라는 비판과, 속이 ‘후련하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이 중 가장 큰 공감을 얻은 댓글 중 하나가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제발 이성적으로”이다.
또 서울 서구청이 ‘NO JAPAN’ 배너기를 달자 네티즌들은 같은 말을 했다.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돌발적 행동을 했다는 비판이 섞인 뜻이다.
이번 반일 운동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이 말을 적당히 적용하면 좋을 듯하다. 예를 들어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어려 고충을 겪고 사건에 몰입하다 감정이 격앙된 상태로 기사를 쓸 때가 있다. 하지만 글을 쓸 때는 냉정하게 제3자의 시각에서 써야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축구 등 각종 종목에서 운동선수가 순간의 흥분을 참지 못하다 경기를 망치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우리 모두 직장에서, 가정에서, 친구와 모임에서 항상 이 말을 떠올리며, 화가 나더라도 한번 심호흡을 하고 냉정하게 대처하는 ‘지혜’를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 모두가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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