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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언의 문화들여다보기] 학교를 합창교육·생활합창의 거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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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언의 문화들여다보기] 학교를 합창교육·생활합창의 거점으로

생활합창 활성화를 위한 기반 조성 및 프로젝트 운영을 위한 서울문화재단의 서울시 자치구 대상 지원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합창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시민으로서 소양을 쌓을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정책 사업이다. 두 사람 이상이 같이 부르는 노래, ‘합창(合唱)’은 사회성을 높이고 공동체의 정체성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음악 활동인 동시에 개개인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키우는 효과도 가지고 있어서 인성 개발 교육 수단으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합창이 일상의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없애는데 도움을 주고 학업 능력과 지능개발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오래전부터 유럽에서는 이와 같은 합창의 효과를 학생교육과 시민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합창의 오랜 전통을 가진 독일은 정규 공교육 과정 및 특별활동에서 합창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독일합창단협회에 가입된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생활합창단만 약 2만 3천개에 이르고 140만여 명이 생활합창을 일상으로 즐긴다고 한다. 합창의 교육적 효과가 학문적으로도 입증되면서 프랑스도 합창을 정규 교육 과정에 반영하고 있다. 2018년 9월부터 초등학교에서는 의무적으로 주 2시간씩 합창 수업을 하고, 중학교는 선택 과목으로 운영하고 있다. 합창을 무상예술교육으로 공교육 과정에 전면 반영한 사례이다. 부러운 일이다.

합창의 기본 원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같이 노래 부르는 사람의 목소리와 조화를 이루는 데에 있다. 간단한 이 원리는 인간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도, 개인과 공동체가 원만하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단초로 활용될 수도 있다. 2011년 성탄절 특집으로 방영된 한 지상파 방송의 ‘기적의 하모니’라는 프로그램에서는 합창을 통해 인간이 변할 수 있다는 감동의 장면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범죄를 저지른 소년교도소 수형자들의 이야기였다. 가수 이승철과 함께 합창을 하며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고 희망의 합창을 완성했다. 파란 수의 대신 합창단복으로 갈아입은 이들이 천여 명의 관객 앞에 눈물로 노래했다. 후회와 용서, 그리고 꿈을 노래한 기적의 하모니였다. 그 어떤 종교지도자나 교화 프로그램도 이루지 못한 변화를 합창이 끌어냈다. 합창의 힘이 그렇다.

학교를 합창교육과 생활합창의 거점으로 만들자. 인성과 교양을 갖춘 사람을 키우는 곳이 아닌, 입시가 전부이며 서열 경쟁의 현장일 뿐인 곳이 학교의 현주소 아닌가. 학교가 인간을 만들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성을 기르며 지역사회의 문화시민을 양성하는 장소로 변했으면 좋겠다. 공교육 교과과정에 합창을 정규 과정에 도입하자. 다른 예술교육과 비교해도 예산은 적게 들고 이미 검증된 바대로 교육적 효과는 대단히 높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무상급식보다 무상합창교육이 절실하다. 합창은 학업에만 치우쳐 있던 아이들의 삶에 균형을 가져올 것이고, 자존감과 성취감을 높여 사회에 대한 긍정적인 자긍심을 가질 것이다. 학교의 체육시설을 지역주민에게 공유하는 것처럼 생활합창의 활성화를 위해 학교의 유휴공간을 지역의 생활합창단에게 연습실로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지역민들이 더불어 합창 축제를 벌이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벅차게 기쁜 일이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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