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수족구병’ 사각지대… 원아 전염 ‘속수무책’

인천지역 어린이집 환자 사상 최대
10곳중 9곳 이상 전문 교직원 없어
아픈 영유아 격리조치 보건실 미비
감염 숨기고 등원 시키는 경우도
학부모들 체계적인 대책마련 호소

#인천 연수구에 사는 박성철씨(37)는 최근 아내와 자녀 3명이 수족구병에 전염돼 병원에 입원시켰다. 원인을 찾던 박씨는 첫째 A군(5세)이 어린이집에서 병을 옮겨와 가족에게 퍼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족 중 일부는 뇌수막염으로 번지는 등 크게 앓다가 2주 만에야 병원에서 퇴원했다. 박씨는 “막내는 신생아였는데 수족구병에 걸려 걱정이 이만저만 아녔다”며 “수족구병에 걸린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면 안 되는데,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어린이집에서 수족구병 환자 수가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7월 15일 현재 수족구병 환자는 0세와 1~6세가 1천명당 각각 44.1명, 76.8명이다.

이 같은 환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천 명당 0세 19.8명, 1~6세 37.8명보다 배 이상 늘었다.

올해 인천지역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0~6세 영유아는 7만3천959명으로, 질본 수치를 대입해보면 최대 5천여명이 수족구병에 걸릴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영유아 수족구병 환자가 급속히 증가하는 데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는 게 관계기관 설명이다.

인천지역 국·공립과 민간 어린이집은 총 2천50여개로, 이중 100인 이상의 영유아가 다니는 106곳(5.1%)만 보건 전문 교직원이 상주해 있다.

10곳 중 9곳 이상의 어린이집은 감염병 확산을 막을 전문 교직원이 없다는 얘기다.

또 아픈 영유아를 격리해 돌볼 수 있는 보건실도 필요하지만 의무 사항이 아니다 보니, 보건실을 갖춘 어린이집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자녀가 수족구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숨긴 채 자녀를 등원시키는 경우도 있다.

맞벌이 가정이라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일단 어린이집 자녀를 등원시킨다는 것이 어린이집 원장들의 설명이다.

영유아 자녀를 둔 B씨(연수구·35)는 “어린이집이 전염병을 옮기는 곳으로 전락하기 전에 보건실 운영 등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며 “특히 감염을 숨기고 어린이집을 등원시키는 학부모들에 대한 규제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국내 수족구병 환자 발생은 1천명당 66.7명으로 나타나는 등 영유아 뿐 아니라 초중고 학생, 성인들 사이에서도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주재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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