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이상한 반도체 사랑

수원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시청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한목소리로 일본을 규탄했다. “일본 수출 규제 조치의 부당함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외쳤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도 ‘수원시민이 앞장서자’고 결의했다. 참석자들마다 손팻말을 들었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 수원을 지키자’ ‘일본 NO’…. ‘삼성’에 대한 수원시민의 정서다. ‘삼성’ 일이라면 언제나 발 벗고 나선다. 수원시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회원이 대거 참가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의 핵심 타깃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다. 모두 삼성의 지배력이 절대적이다. 수원 말고도 용인, 화성, 평택에 공장이 있다. 이날 현재까지 일본 규탄대회가 열린 곳은 수원 한 곳이다. 용인, 화성, 평택시에서는 없었다. 이를 두고 뭐라 할 건 못 된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응하는 모습은 다양하다. 규탄대회 말고도 극일(克日)의 의지는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다. ‘수원의 삼성사랑이 극성이다’라는 비웃음도 있긴 하니까. ▶그런데 그 규제 대상을 살펴보면 좀 이상하다. 일본이 막은 수출규제 물질은 3가지다. 불화수소, 레지스터, 불화 폴리이미드. 모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의 재료다. 반도체가 생산되는 곳은 삼성전자 용인ㆍ화성ㆍ평택 공장이다. 수원에서는 반도체를 만들지 않는다. 스마트폰, 가전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만 한다. 일본이 막은 물질의 사용처는 화성ㆍ용인ㆍ평택 공장인 것이다. ▶당연히 직격탄도 용인ㆍ화성ㆍ평택 공장이다. 극단적으로 볼 때 이번 사태로 멈춰 설 공장이 이 3곳이다. 각각 1만(용인)ㆍ3만(화성)ㆍ5천(평택)명이 일하고 있다. 관련 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도 엄청나다. 유사시 대규모 실업난이 생길 곳도 이들 지역이다. 당장에 4천600억(화성시)ㆍ2천600억(용인시)ㆍ1천500억(평택시)-이상 2019년 기준-에 달하던 세수(稅收)도 급감할 지역이다. 그런데 이 3곳은 조용하다. ▶온 나라가 비상이다. 그 중심 피해 지역이 도내 ‘반도체 市’다. 반도체란 게 워낙 복잡하다. 시민들은 모를 수도 있다. 그래도 지자체만큼은 알았어야 했다. 그래서 시민에 일러줬어야 했다. 입만 열면 ‘자체 대응’을 강조해오던 지자체들 아닌가. 불화수소, 레지스터, 불화 폴리이미드를 쓰는 공장이 우리 동네에 있는데…. 그 물질이 없으면 내 동네 공장이 멈추는데…. 규탄대회를 안 해서가 아니라 그 근본을 모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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