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고 발로차고 ‘아동관람객’ 민폐… 극장가 ‘노키즈존’ SOS

라이온 킹·토이스토리4·알라딘 등
상영관 찾은 성인들 악몽같은 시간
에티켓 실종… 보호자 방관 분통
관객 입장 제한 강화 목소리 확산

직장인 A씨는 지난 주말, 영화 ‘라이온 킹’을 관람하다 상영 내내 시끄럽게 떠드는 초등학생들 때문에 관람 도중 나왔다. 그는 “주말에 영화관을 찾아서 그런지 어린이 관람객이 너무 많아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상영 내내 계속 떠들고, 조금이라도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무섭다고 소리지르니까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며 “아이와 함께 온 부모도 이를 방관해 짜증이 났다”며 고개를 저었다.

최근 아동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이 영화관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어른과 아이들에게 동시에 인기가 높은 영화 ‘라이온 킹’, ‘토이스토리4’, ‘알라딘’ 등이 줄지어 개봉하면서부터다. 극장 에티켓을 아직 모르는 어린이들이 영화를 보는 도중 소리를 치거나 앞좌석을 발로 차는 등의 민폐로 다른 관람객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한 영화 평점 사이트에서는 ‘영화는 재밌긴 한데 애들이랑 같이 보러 오신 분들, 제발 애들 좀 조용히 해주세요’, ‘극장도 노키즈존이 필요하다’ 등의 댓글이 공감 수 2천300개가량을 받아 베스트댓글이 되기도 했다. 지난주께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스토리4’를 관람한 대학생 B씨는 “영화 보는 내내 아이들이 부모 손잡고 화장실을 수시로 왔다갔다해서 제대로 영화를 보지도 못해 아이들이 없는 밤 시간대에 영화를 다시 예매해 볼 계획”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노키즈존’을 포함해 영화관의 관객 입장 제한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다수 극장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제외한 12세, 15세 관람가에 대해서는 부모 동행 하에 관람을 제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동 관람객들이 영화관람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다는 불만사항이 접수되면서, 롯데시네마 등 영화관들은 아동 관람객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관람관 ‘씨네패밀리’, ‘키즈박스’ 등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같은 상영관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크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매번 개봉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동 전용 상영관을 늘리기에는 운영상 부담스럽다”며 “현재로서는 어린이 관람객에 대해 출입 자체를 금지할 수 있는 규정도 없어 ‘노키즈존’ 적용은 현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허정민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