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아빠 육아휴직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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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더 이상 엄마의 고유노동이 아닌 부모의 일이 됐다. 육아에 있어 조력자에 머물렀던 아빠들이 최근 육아 전선에 뛰어들어 아내와 역할을 분담하는 추세다. 육아휴직자 5명 중 1명이 아빠라고 한다. 고용노동부가 올 상반기 민간부문 육아휴직자 5만3천494명 중 1만1천80명(20.7%)이 남성이었다고 밝혔다. 20%를 넘긴 건 올해가 처음이다.

육아휴직제도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아이를 키우러 잠시 일터를 떠날 때 급여를 주는 제도다. 2001년 11월 처음 도입됐다. 시행 첫해엔 남녀 구분 없이 육아휴직을 하면 월 20만 원을 지급했다. 첫해 민간부문 육아휴직 신청자는 25명이었고, 이 가운데 남자는 2명이었다. 이후 해마다 남성 수가 늘어 2009년 500명을 넘기고(502명), 2011년 1천명을 넘겼다(1천402명). 2017년엔 1만명 선을 깨뜨려 1만2천42명, 지난해엔 1만7천662명을 기록했다. 올해는 2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 수치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남성 공무원과 교사 등은 제외한 것이어서 실제 남성 육아휴직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아빠 육아휴직자의 증가는 ‘맞벌이’에 이어 ‘맞돌봄’ 문화가 확산되고, 육아휴직 기간에 받는 급여가 올라간 것이 큰 영향을 줬다. 정부는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2014년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를 시행했다. 부모 가운데 육아휴직을 두 번째로 사용하는 사람에게 첫 3개월 동안 육아휴직 급여를 월 최대 200만 원까지 주는 제도다. 올해부터는 상한액을 월 250만 원으로 올렸다. 첫 3개월을 뺀 나머지 기간(최대 9개월)에 받을 수 있는 육아휴직 급여도 올해 70만~120만 원으로 월 20만 원씩 올렸다. 1년간 최대 1천83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남성 육아휴직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서 활발하다. 올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자 과반(56.7%·6천285명)이 300인 이상 대기업 직원이었다.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1천440명(13%), 10인 이상 30인 미만은 905명(8.2%) 등으로 수가 적었다. 한국 남성의 육아휴직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북유럽에 비하면 아직도 낮다. 아이슬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40%가 넘는다.

여성의 육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장치 중 하나가 남성 육아휴직이다. 아이들과 관계도 회복하고 가정에서 재충전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엄마들의 ‘독박 육아’를 덜어줘야 출산율도 높아진다. 아빠 육아휴직을 더 늘리려면 휴직으로 인한 소득감소, 중소기업의 대체인력 확보 문제 등 해결 과제가 많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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