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인천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어디에…”

자동계단 연결 유도블록 없어 지하철 이용 ‘우왕좌왕’ 불편 1·2호선 역사 대부분 미설치
인천교통공사 “사고위험 우려” 시각장애인들 “이용 문제없다”

“유도 블록 계단을 따라 중간층까지 올라가다 보면, 더 이상 올라갈 수가 없어요. 중간층에서 에스컬레이터만 타면 출구인데, 유도 블록이 없어서 거기까지 못 갑니다.”

시각장애인 A씨는 인천지하철 1호선 4번 출구로 나가려다 애를 먹었다. 시각장애인 선형 유도블록을 따라 계단 앞에 도착해 중간층까지 올라갔지만,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곳을 찾지 못해 다시 승강기를 타러 되돌아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중간층에서 에스컬레이터만 타고 올라가면 출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시청에서 멀리 떨어진 승강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 횡단보도를 2개나 건너야 했다.

인천지하철에 시각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 블록을 확대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일 인천시와 인천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인천지하철 1·2호선 전체 역사 56개 중 에스컬레이터까지 유도 블록을 설치한 곳은 1호선 부평삼거리 역이 1곳(1.8%) 뿐이다.

이처럼 에스컬레이터의 유도블록 설치율이 떨어지는 것은 시각장애인의 에스컬레이터 이용이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도시철도 정거장 및 환승 편의시설 설계지침도 에스컬레이터보다 승강기와 계단에 유도 블록을 우선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의 에스컬레이터 이용이 위험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계단과 승강기에 우선 유도블록을 설치, 시각장애인의 지하철 이용 편의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시각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인식이 오히려 장애인의 지하철 이용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시각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선택권 자체를 막는 것은 공급자 중심의 행정이라는 비판도 있다. 장종인 인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에스컬레이터를 안전하게 이용해야 한다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안전을 이유로 에스컬레이터 유도 블록을 설치하지 않는 것은 시각장애인의 선택권 자체를 없애버리는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설계 지침 등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홍서준 한국시각장애인협회 연구위원은 “이미 많은 시각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고 있기에, 유도 블록 등 편의시설을 설치해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을 높여야 한다”며 “관련 규정을 개정해 에스컬레이터에도 선형유도블록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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