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높아지는 ‘폭염 위험도’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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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프랑스의 한 TV 프로그램에서 2050년 여름 날씨에 대한 가상 기상예보를 방송했다. 당시 기상 캐스터는 2050년 8월18일의 날씨를 전하면서 프랑스의 여름 기온이 최고 42도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자는 취지에서의 방송이었다. 그런데 이 가상 예보가 30년이나 앞서 2019년에 맞아 떨어졌다. 지난 7월25일 파리는 섭씨 42.6도를 기록했다. 6월 하순 프랑스 빌르비에이유의 기온은 45.1도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유럽 여러 나라들이 올 여름 40도 안팎의 폭염에 고통을 겪고 있다. 유럽 일부 지역의 위성사진은 대륙이 펄펄 끓고 있음을 보여준다. 폭염으로 사람이 숨지고 산불이 속출하자 초비상 사태다. 폭염경보, 열파(heat wave)주의보, 휴교령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한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녹록지 않다.

폭염은 한반도도 덮쳤다. 지난 주말 우리나라도 폭염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숨이 턱턱 막혔다. 아베 때문에 더 덥게 느껴졌다. 정부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되자,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폭염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단계로 상향된다. ‘심각’ 단계는 최고기온이 지역적(특보구역 중 40% 이상)으로 35도 이상이거나 일부지역에서 38도 이상인 상태가 3일 이상 예보되면 내려진다.

폭염 경보가 심각 단계에 이르자 행정안전부는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했다. 올 여름 폭염으로 중대본이 가동된 건 처음이다. 행안부는 폭염에 따른 인명ㆍ재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계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와의 공조체계를 강화했다. 폭염 취약계층 상황에 대한 감시 활동도 확대했다.

우리나라 폭염 위험도는 향후 10년간 더욱 커질 것이라고 한다. 환경부가 기상청 기후 전망 시나리오를 활용해 229개 시ㆍ군ㆍ구를 대상으로 ‘2021∼2030년 폭염 위험도’를 평가한 결과, 63%가 높거나 매우 높은 ‘폭염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폭염 위험도는 기후 변화뿐 아니라 나이,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자 같은 인구 구성과 도시화 면적, 녹지 면적, 재정자립도 같은 사회적 인프라까지 반영했다. 폭염 사망자가 노인과 저소득층에 집중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올바른 접근법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상화된 폭염’은 재난이다. 지구온난화로 폭염의 빈도 및 강도는 계속 높아질 것이다. 정부는 온실가스 저감 정책뿐 아니라 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불평등한’ 폭염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도 당연히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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