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센서는 첨단 과학이다. 자동차, 로봇, 중장비 등에 쓰인다. 그 중에도 후방 주차용 센서가 중심이다. 2000년대 초까지 초음파센서는 일본의 기술이었다. 세계 모든 시장을 무라타 등 일본제품이 독점했다. 이 시장을 한국의 작은 기업이 접수했다. 엄종학씨의 센서텍(부천시 원미구 부천테크노파크)이다. 2001년 창업 이후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 국내 자동차의 절반 이상을 파고들었다. 경쟁에서 밀려난 일본 기업은 철수를 검토 중이다. ▶엄 대표는 대학원에서 센서를 공부했다. 대기업에서도 센서를 연구했다. 관건은 판로였다. 이미 일본제품으로 규격화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드는 게 숙제였다. 이 숨통을 트여준 게 현대 자동차다. 자동차의 부품 국산화에 회사 명운을 걸고 있었다. 센서텍에도 기회를 줬다. 엄 대표와 직원들이 연구에 매달렸다. 2006년, 납품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제 LG, 삼성에까지 납품한다. 2018년부터는 인도 타타모터스에도 납품하고 있다. ▶부품의 국산화는 현대 자동차의 기업 정신이다. “기술의 국산화가 국가에 기여하는 것이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회고록에 남긴 말이다. “부품 국산화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정몽구 회장이 늘 강조하던 말이다. 국내 최초 자동차 모델 포니의 국산화율은 85%였다. 1991년 독자적인 엔진도 개발했다. 1995년 2세대 아반떼의 국산화율은 99.9%였다. 2018년 수소전기차 넥쏘 국산화율도 99%다. 그 기업 정신이 센서텍을 키웠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디스플레이가 직격탄을 맞았다.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인한 충격은 얼마나 될지 가늠도 어렵다. 이런 때 굳건히 버티는 업종이 있다. 자동차다. 7월까지 자동차 수출액은 255억 1천만 달러다. 전년 대비 8.9% 늘었다.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 규제가 시작된 7월만 놓고 보면 21.6%나 늘었다. 일본산 자동차 소비가 줄면서 매출 증가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센서텍은 현대자동차의 배려로 보호됐다. 지금 현대자동차는 센서텍이 있어 보호된다. 흔히 대기업과 소기업의 기생관계로 본다. 경제적 주종(主從) 관계로 보기도 한다. 그게 아님을 보여준다. 일본의 부품 수출 규제에 정신없이 휘둘리는 우리 기업이다. ‘현대-센서텍’이 주는 교훈을 절절히 여겨야 한다. 그래야, 제2ㆍ제3의 일본 경제 침탈을 이겨낼 수 있다. 그 기특한 소기업 센서텍이 경기도에 있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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