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덮친 도내 축산농가 가보니…] “펄펄 끓는 축사… 자식같이 키운 닭 수만마리 죽어나가”

연일 40도 육박… 폐사 가축 8만8천마리 넘어서
환풍구·냉방시설 온종일 가동, 수억원대 비용 큰 부담
道 “피해 상황 지속 모니터링… 보험 등 통해 보상”

폭염으로 인해 닭 1만8천여 마리가 폐사된 안성시 보개면 한 양계농장에서 6일 직원이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닭 사체를 치우고 있다. 김시범기자
폭염으로 인해 닭 1만8천여 마리가 폐사된 안성시 보개면 한 양계농장에서 6일 직원이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닭 사체를 치우고 있다. 김시범기자

“병아리 때부터 애지중지 돌봐오던 닭 2만여 마리가 찜통더위에 모두 죽어버렸습니다”

경기도에 주말부터 폭염이 이어지면서 닭과 돼지 등을 키우는 축산농가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낮 최고기온 37도를 훌쩍 넘나드는 날씨에 농가에서 키우는 가축들이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찾은 안성의 A 양계농장. 이 농장에서는 지난 3일부터 5일 사이 키우던 닭 7만여 마리 중 1만 8천여 마리(25%)가 폭염 탓에 집단으로 폐사했다. 비공식 측정장비로 최고기온 40도를 넘겼던 5일에는 닭 1만 3천여 마리가 한꺼번에 죽었다. 당시 처참했던 상황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이날 이 농장에는 입구부터 죽은 닭에서 나온 깃털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양계농장 주인 B씨(60)는 “20년간 양계장을 운영했는데 이렇게 많은 닭이 한꺼번에 죽은 적은 처음이다. 지난 3일간 죽은 닭을 치우느라고 밤잠도 설쳤다”며 “여태 죽은 닭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데, 오늘도 날이 더워 닭들이 또 죽진 않을까 걱정이 크다”며 울먹였다.

아직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농가들도 폭염 피해 예방 작업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같은 날 돼지 1만 1천여 마리를 키우는 안성의 C 양돈농장에서는 ‘폭염 속에 혹여나 돼지가 죽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농장 직원들이 환풍구를 점검하고 낙수 장치를 확인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농장을 운영하는 D씨(55)는 “돼지가 무더위에 죽는 걸 막기 위해 영양 사료를 주고 각종 냉각 장치를 돌리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예방 조치 탓에 나가는 비용과 돼지 출하시기 지연으로 인한 손실을 더하면 폭염으로 인한 피해액은 2~3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농가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현재 농가 피해현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보험을 통해 피해보상이 원활히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농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일까지 경기도에서는 폭염으로 인해 총 8만 8천766마리(258곳)의 가축이 폐사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가축별로 보면 돼지가 3천308마리(181곳), 닭 8만3천458마리(76곳), 메추리 2천 마리(1곳)다.

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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