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황교안 색깔론으로 사실 왜곡… 국민 호도 유감천만”
한국당 “文 정부 ‘셀프 왕따’의 길… 4강 외교 다 무너져” 맹폭
‘우리일본’·‘사케논란’ 등 꼬투리잡기 설전 난무…국민 비판자초
여야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해법을 놓고 갈수록 시각차를 드러나면서 상호 비방전 수위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여야가 거친 표현으로 공방을 주고받는가 하면 상대 당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겨냥한 ‘꼬투리 잡기’ 식 비판도 이어지면서 정치권 스스로 수준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 색깔론 발언과 막말로 전국민적 단합 분위기를 저해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한일 경제전에 임하는 한국당 황 대표의 자세가 색깔론에 입각해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호도해 경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이라면 매우 유감천만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글로벌 투자 분석회사인 CLSA가 문재인 정부의 반자본주의 정책으로 한국 자본주의가 붕괴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는 황 대표의 발언을 비판한 것이다.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인천 남동을)은 “정부의 일본 경제침략 대처 방안을 두고 나 원내대표가 ‘신(新)쇄국주의’라는 억지를 편 것도 모자라 황 대표는 대통령을 향해 ‘벙어리’, ‘멍청하다’ 등 용납할 수 없는 막말을 퍼부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악의 망언”이라며 “즉각 해당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에 사과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은 현 상황을 정부의 외교·안보 및 경제 정책의 실정으로 규정, 십자포화를 날렸다.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외교 역사상 이렇게 4강 외교가 모두 무너져버린 사례는 제 기억에 단 한 차례도 없었는데도 이 정권은 대한민국을 더욱 고립시키는 ‘셀프 왕따’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이 정권의 반시장, 반기업, 친귀족노조 정책과 무분별한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이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일갈했다.
나 원내대표는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정부 협상안과 관련, 이른바 ‘강제징용 피해자와의 합의’ 발언을 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나 원내대표는 “(노 실장이) 거짓말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강제징용 피해자 법률대리인은 물론 피해자들도 그러한 합의가 없었다고 하는데 청와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상대방의 꼬투리를 잡는 비방전도 덩달아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여야는 한국당 나 원내대표가 최근 ‘우리 일본’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공방을 벌였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전날 일제히 논평을 내고 “나 원내대표의 본심이 우러난 발언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비판했고, 나 원내대표는 “제1야당의 말꼬리 잡기 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고 말했다.
앞서 여야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일인 지난 2일 일식집에서 반주를 곁들인 오찬을 한 것과 관련, ‘사케 논란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초당적 대응이 요구되는 시기에 정치권이 소모적인 정쟁으로 힘을 빼고 있다며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김재민·송우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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