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휴가철 바가지요금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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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족과 강릉을 찾았던 박모씨가 바가지요금에 여름휴가를 망쳤다며, “다시 오면 성을 갈겠다”는 내용의 글을 강릉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렸다. 박씨는 “4인 가족으로 숙소를 예약해 1박에 25만 원을 결제했다”면서 “현장에 가니 아이들 1인당 2만 원인 4만 원, 바비큐 1인당 8만 원 등 1박에 41만 원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맛은 개판, 가격은 바가지에 완전히 망쳤다”며 “이런 종류의 글을 쓴다고 뭐가 변하겠느냐. 단속 이런 것은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속초로 휴가를 갔다는 한 네티즌은 “아이랑 갈만한 숙소는 20만∼30만 원대…미쳤다. 아무리 성수기라도 너무 한다”며 “앞으로는 베트남 휴양지 리조트로 가겠다”라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불만을 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평소 4만 원도 안 하는 창고같은 모텔이 20~30만 원이라니, 바가지요금이라고 욕하지 말고 안 가는 게 답”이라고 했다.

반(反) 일본 정서가 고조되면서 일본여행이 급감하고 국내여행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여행 자제 분위기를 기회 삼아 국내관광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25일까지 고궁·종묘 등을 무료 개방하고, 문화관광부는 ‘테마여행 10선’ 등 다양한 여행정보를 제공하고 여행비 지원 이벤트도 열고 있다. 하지만 1년에 한 번뿐인 여름휴가를 애국심에만 호소할 수는 없다. 올해도 피서지 바가지요금이 극성이어서 여행객들의 불만이 거세다.

해수욕장의 컵라면이 5천~1만 원이나 하고, 테이블 있는 파라솔 하루 대여료는 5만 원이다. 시간 단위 대여가 안돼 어쩔 수 없이 하루 이용료를 내야 한다. 계곡 평상도 바가지가 심하다. 무허가 여부를 떠나 유명 계곡의 평상 하나가 10만 원씩 한다. 닭백숙도 10만~15만 원선이다. 주인 멋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

한철 ‘대박 장사’를 노리는 그릇된 상술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개선되지 않는 피서지 바가지요금은 국내관광 활성화에 걸림돌이다. 올해는 특히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침체된 경제 걱정에 국내 피서객들이 많은데 좋은 일에 동참하려는 마음이 바가지요금 때문에 싹 가셨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지역 관광지들의 바가지 상혼에 지쳐 도심으로 휴가를 가는 ‘역귀경 휴가객’이 늘어나는가 하면, 내년엔 동남아 등 해외로 가겠다는 의견도 많다.

국내 피서지로 발길을 돌렸던 여행객들이 배신감과 실망감에 해외로 떠나는 건 국가적으로나 상인들 모두 손해다. 눈앞의 이익만 보고 바가지요금을 근절하지 않으면 부메랑이 돼 상인들에게 되돌아간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집중 단속도 중요하지만, 상인들 스스로 바가지 씌우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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