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日本式 라면식당이 유죄?

변평섭
변평섭

1993년 10월 10일, 전북 서해 위도에서 110톤급 여객선 훼리호가 침몰하여 292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있었다. 그 원인으로는 정원초과, 기상예보 무시, 조종미숙, 연료를 아끼기 위한 위험한 항로의 운행 등을 꼽았다.

이와 같은 사고원인들은 그 다음해에 발생한 충주호 유람선 화재사건에서도 똑같이 지적됐고 2014년 4월의 세월호 침몰에서도 그대로 되풀이 됐다. 특히 세월호나 서해 훼리호, 두 침몰사고는 너무나 닮은꼴이다. 해상사고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형 건물화재사건이나 공장의 폭발사고 등도 너무나 똑같다. 특히 이 가운데서도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것이 있다.

세월호가 그 큰 여객선의 안전점검을 겨우 13분에 마친 것을 비롯, 모든 사고의 안전 점검이 적당히 눈가림으로 이루어졌고 심지어 ‘검은 거래’가 행해졌다는 것, 그리고 사고가 터지면 이성적 접근보다 감정으로 대응하며 허둥대는 것 까지도 그렇다. 6ㆍ25도 마찬가지 미국이 아시아ㆍ태평양 방위선을 말하는 ‘에치슨 라인’이 발표되면서 북한의 남침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안일한 평화무드에 잠자고 있었다. 심지어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남침하면 즉시 반격하여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게 될 것이라고 허풍을 떨었고 ‘에치슨 라인’에 한국을 포함하는 적극적 외교나 38선의 안전점검도 없었다.

1998년의 IMF사태도 세월호 안전점검 하듯 그렇게 정부의 안일자세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사태는 벌써 시작되었는데 관계자들은 처방을 헛집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MIT교수인 로디거 돈 부시박사는 우리의 IMF사태는 관료의 무능 때문이라고 까지 지적했다.

지금 우린 격한 반일 감정에 깊이 빠져 들고 있다. ‘반일(反日)’이 아니라 ‘극일(克日)’이라고 하지만 역시 이성이 아니라 감정적 대응이 앞서고 있다. ‘극일(克日)’은 그야말로 감정이 아니라 냉철한 지혜가 필요하다.

어느 TV의 앵커는 방송중에 자신이 들고 있는 볼펜을 들어보이며 “이것은 일제(日製)가 아니라 국산”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가 쓰는 볼펜은 거의 100% 국산이다.

과거에는 일본에 가면 볼펜을 사서 선물로 나누어 주던 때도 있었으나 이제 우리 국산 볼펜의 기술력이 좋아져 오히려 외국에서 우리 볼펜을 사간다. 심지어 일본식 라면식당에 손님이 없어 울상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라면이 일본것인가? 국민1인당 연간 70개의 라면이 소비될 만큼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시조는 중국의 ‘납면(拉麵)’, 이것이 일본에 와서 ‘랍면’의 중국 발음이 일본식 ‘라멘’이 되었고 면발도 중국것 보다 굵어졌다. 다시 우리나라에 오면서 ‘라면’이 되었고 고춧가루를 넣어 매운 맛을 내는 등 ‘한국식 라면’으로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그리고 종주국 중국을 비롯 일본, 미국 등에 연 4억 달러 상당이 수출되고 있을 정도로 세계 라면 업계를 주름 잡고 있다. 이런 우리 라면을 일본식으로 조리를 했다하여 식당을 외면하면 그 피해는 우리 국민이 입는다.

도쿄 올림픽 불참·일본 전역의 여행 규제, 우리 청와대와 정부를 조롱하는 듯 미사일을 쏘며 위협하는 북한과 경제협력으로 단숨에 일본을 따라 잡는다는 ‘평화경제’, 그리고 죽창이니 경제 임시정부니 하는 등의 비현실적인 주장이나 감성적 언어가 과연 얼마나 극일(克日)에너지가 될 수 있을까?

소재공업의 기술 개발과 육성, 국제외교에서 우위권 확보책 등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가 극일(克日)의 길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제 경제규모 세계12위 국가답게 사전 점검이 철저하게 이뤄지고 그 전략에 충실한 국가체계가 바로 세워져야 국민 마음이 편해진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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