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갈대습지공원은 시화호로 유입되는 지천인 반월천, 동화천, 삼화천의 수질개선을 위해 조성됐다. 갈대 등 수생식물을 이용해 생활 오폐수ㆍ축산 폐수 등을 처리하는 자연정화 방식의 하수종말처리시설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300억원의 예산을 들여 1997년 착공해 2005년 12월 완공했다. 국내 최초의 대규모 인공습지로, 면적이 103만8천㎡(31만4천)에 이른다. 이곳은 자연을 접하기 어려운 도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생태공원으로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을 관찰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릴 만큼 수질오염이 심각했던 시화호는 안산 갈대습지공원 조성으로 생명의 호수가 됐다. 시화호에는 현재 세계적 희귀새인 저어새를 비롯해 멸종위기 천연기념물인 수달, 칡부엉이 등 각종 조류, 식물, 포유동물 등 410여 종이 서식한다. 겨울엔 20만~30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들어 진풍경을 연출한다.
그런데 시화호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갈대습지에 문제가 생겼다. 습지가 물 부족으로 바닥을 드러내며 육지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곳이 물 공급이 안돼 습지 역할을 못하게 되면 오염된 하천물을 정화하지 못하게 되고, 동식물의 서식도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 생태계의 보고 시화호가 망가질 수도 있다.
본보가 갈대습지공원을 탐사한 결과, 물 부족 탓에 습지 바닥의 진흙이 일반 땅처럼 굳어가고 있었다. 습지에 물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갈대 등의 습지식물이 무분별하게 성장ㆍ확산하며 걷잡을 수없이 자라게 된다. 무성하게 자란 갈대 등은 습지 표면 위에 쓰러진 채 방치되고, 노출된 물 표면(개방수면)을 뒤덮게 되면서 새들의 먹이활동을 방해할 뿐 아니라 개구리, 붕어, 물자라 등 양서ㆍ어류 생물의 생존도 위협한다. 특히 오랜 시간에 걸쳐 어렵게 자리 잡은 수달과 삵, 저어새 등 갈대습지 내 멸종위기 동물들도 서식활동에 위협을 받는다.
갈대습지 내 개펄의 육지화가 계속되면 2~3m 길이의 갈대가 쓰러져 바닥에 그대로 쌓이면서 질소와 인 등의 물질이 발생하게 된다. 이들 물질이 시화호로 유입되면 또 다른 오염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안산시도 갈대습지에 물이 부족해 식물의 무분별한 생육과 육지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인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된다. 식물 정비, 습지내 준설 등 중ㆍ장기적 대책을 빠른 시일내 마련해야 한다. 사람도 살고 생태계도 살리는 일이다. 어렵게 살려낸 시화호를 다시 오염으로 병들게 해서는 안된다.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종의 철새들이 찾는 갈대습지와 시화호를 보호구역으로 지정, 보다 체계적ㆍ전문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