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갈대습지가 물 부족으로 인해 ‘육지화’ 되면서 생태계가 훼손될 우려(본보 14일자 1면)가 제기된 가운데 이 같은 물 부족 문제가 안산과 화성 간의 ‘갈등’ 탓에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15일 안산시와 화성시 등에 따르면 안산 갈대습지는 지난 1997년 정부가 시화호 수질개선을 위해 자연정화 기능을 하는 습지를 시화호 상류에 조성하자는 목적에 따라 만들어진 인공 습지다. 이에 지난 2012년까지 갈대습지는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관리를 도맡았다.
면적 104만 여㎡에 달하는 갈대습지는 행정구역상으로 안산시와 화성시 두 지자체에 걸쳐 조성됐고, 지난 2012년과 2014년에 각각 안산시와 화성시가 관할구역 내 갈대습지를 나눠서 관리키로 하면서 수자원공사로부터 관리권을 넘겨받았다.
그러나 이처럼 두 개의 단체가 하나의 습지를 관리하게 되면서 갈대습지로 물을 공급하는 저류시설물에 대한 전기요금은 누가 부담할 것인지, 환경보전을 위한 습지 내 약 17만㎡ 규모의 미개방지역(안산지역 6만여㎡ㆍ화성지역 11만여㎡)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등을 놓고 갈등이 빚어졌다. 이에 안산시와 화성시는 지난 2016년 ‘반월천 저류시설물 관련 협약’을 체결해 저류시설물 전기요금은 안산이 60%, 화성이 40% 분담하고, 미개방지역이 생태계 서식지로 보전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의 합의를 이뤘다.
이후 갈대습지는 협약에 따라 안산시와 화성시 공동으로 원만히 관리되고 있었는데 올해 초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 2월 화성시가 안산시와 별다른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갈대습지 내 미개방지역을 관광문화지로 개방하는 것을 검토하는 내용이 담긴 용역을 추진하면서다. 이에 안산시도 반발하며 시의회 차원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미개방지역의 경계를 하천의 물길에 따라 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안산시의 주장대로 하천 물길로 갈대습지의 경계를 조정하면 미개방지역 전체는 안산시의 관리지역에 포함된다.
화성시의 미개방지역 용역 추진에 대해 안산시가 맞대응을 하면서 갈등의 불씨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이후 갈대습지에 물을 공급하는 저류시설물을 관할구역 내 갖고 있는 화성시가 안산시의 출입을 제한했고, 그 결과 항상 일정 수위를 유지해야 하는 안산 갈대습지에 물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됐다. 이는 물 부족으로 인한 갈대습지의 육지화를 초래했다. 기존에는 안산시 측에서도 저류시설물 출입에 제한이 없어 수위 조절이 필요할 때마다 자유롭게 물 공급이 가능했지만, 출입 제한 탓에 화성시 동의 없이는 습지가 메말라가도 물을 끌어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갈대습지에 물을 공급하는 저류시설물의 펌프 사용 빈도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기요금을 보면 지난해 3~6월 약 516만 원에 달했던 비용이 올해 같은 기간에는 약 304만 원으로 40%가량 감소했다.
안산시 관계자는 “안산 갈대습지에 물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화성시에 저류시설물의 물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갈대습지의 수위를 유지할 방안을 찾고자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화성시 관계자는 “갈대습지 내 미개방지역 관련 용역은 추진 과정에서 생태계 보호 차원에서 미개방지역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아 방향성 변경도 고려하고 있다”며 “물 공급은 가뭄 등의 자연적인 요인 탓에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갈대습지 육지화 해결을 위해 안산시와 적극 협조 중”이라고 말했다.
구재원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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