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24일부터 8월9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린다. 도쿄올림픽은 1964년에 이어 56년 만에 두 번째다. 2020 올림픽에서는 33개 종목에서 339개 세부종목이 치러진다.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이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경제를 일으켜 세웠듯, 2020 도쿄올림픽을 통해서도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경제의 부흥을 꿈꾸고 있다.
내년 도쿄올림픽이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부흥’과 ‘재건’이다. 일본은 경제 부흥과 함께 후쿠시마 재건에 몰두하고 있다. 올림픽을 통해 2011년 대지진때 큰 피해를 당한 후쿠시마 등 동일본 지역의 재기를 세계에 알리려는 것이다. 도쿄올림픽조직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지점으로부터 20여㎞ 떨어진 ‘J 빌리지’를 성화봉송 출발지로 정했다. 대지진 당시 사고대책본부가 있던 곳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67㎞ 거리의 아즈마경기장에서는 올림픽때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농산물을 올림픽선수촌의 식탁에 올리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후쿠시마 지역은 곳곳에 방사능으로 오염된 흙과 폐기물이 쌓여 있고, 아직도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를 넘는 곳이 있어 논란이 거세다.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이 방사능 노출 위험을 우려하는데 후쿠시마 농산물이라니 황당하다. 후쿠시마는 회복되지 않았다. 그곳에 살던 일본인들 중 아직 돌아가지 않은 이들이 상당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빚어진 환경 재앙은 8년 5개월이 지난 지금도 진행형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1월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위기’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지난 8년간 방사성 오염수의 오염 물질을 제거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그 결과 오염수 규모가 111만t에 이른다”고 했다. 방사성 오염수는 원전 안에 남아있는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쏟아부은 물과 지하수 등이 합쳐진 것으로 그 양이 하루 170t씩 늘고있는 상태다. 이를 물탱크에 넣어 원전 부지에 쌓아놓고 있는데, 물탱크가 1천기 가까이 된다고 한다.
더 충격적인 일은, 일본 정부가 원전 부지에 쌓아놓은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t을 바다에 방류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바다를 순환하기 때문에 태평양 연안 국가들은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오염수가 방출되면 1년 안에 우리 동해에 유입될 거라는 분석은 끔찍하다. 우리 정부는 오염수 현황 등의 정보 공개를 요청하고, 국제사회와 연대해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못하게 압박해야 한다. 물탱크를 증설하면서 방사성물질 정화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이 해법이라고 한다. 아베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문제를 감추면서 재건 운운해선 안 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