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산물로 추석 준비하세요”… 무더위 잊은 농가

기온·강수량 적절, 태풍 피해도 없어… 과일 품질↑
도내 과수농가 “올해만 같아라” 막바지 작업 분주

추석명절을 앞둔 20일 평택시의 한 과수농가에서 농장주가 폭염을 이기고 탐스럽게 영근 배를 수확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전형민기자
추석명절을 앞둔 20일 평택시의 한 과수농가에서 농장주가 폭염을 이기고 탐스럽게 영근 배를 수확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전형민기자

“과일이 잘 자라니 힘든 줄 모르고 일하네요. 매일 요즘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민족 대명절 추석을 20여 일 앞두고 경기도 내 과수농가들이 분주하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작황 부진에 시달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대부분 작목의 생육이 좋아 농민들은 색깔 좋고, 맛있는 상품을 만들기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20일 오후 3시께 평택시 도일동의 이화농원. 입추가 지났지만 수은주가 30도 이상 치솟는 더위에도 신고배를 재배 중인 이상근(56)ㆍ강의남씨(55) 부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개했다. 예년보다 추석이 열흘가량 빨라지며 곧 출하를 앞두고 있어서다.

1만 5천㎡ 규모의 농장에서 600그루의 신고배를 재배 중인 이씨 부부는 지난해만 생각하면 아직도 고개가 저어진다. 한반도를 달군 기록적인 폭염에 가뭄까지 겹치며 사람도 과일도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이상기온 탓에 과일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과실 크기가 작고, 당도도 낮아지며 매출이 평년보다 30%가량 감소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 과일 품질이 높아졌다. 기온과 강수량이 적절하고 태풍피해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 부부는 지난 3월부터 추석 대목을 겨냥해 출하를 준비했다. 보통의 신고배 출하 시기는 10월 상순이지만 평년보다 앞당겨진 추석에 맞춰 일찍이 적과(열매솎기) 작업과 전정(가지치기) 작업을 벌였다. 또 배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각종 영양제로 배나무의 면역력을 높이는 등 오랜 시간 정성을 들였다.

이상근 대표는 “올해는 농사가 잘돼 더운 줄 모르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며 “출하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는데 과실 크기도 크고 당도도 높아 고품질의 신고배를 선보일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평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석에 대해, 그는 “추석이 이르다고 과일이 익지 않는 것이 아니라 24절기에 맞춰 과일은 잘 익어가고 있다”며 “농민들이 정성을 들여 생산한 우리 농산물을 많이 애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근에서 배 농사를 짓는 김형규씨(60)도 “올해는 모처럼 근심 걱정 없이 농사에 매진한 것 같다”며 “추석이 다가온 만큼 마지막까지 정성을 들여 소비자들에게 좋은 상품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출하시기가 다가오며 지역 농협들도 농민들을 돕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김석병 평택과수농협 상무는 “올해 배는 품질이 좋아 농민과 소비자 모두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것 같다”며 “추석 명절 농민들은 크고 맛이 좋은 배를 출하하고, 소비자들은 안전하고 신선한 배를 받아볼 수 있도록 농협이 적극적으로 나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아가 배 소비 촉진을 위해 가공식품 업체와의 판로 개척과 가공식품 개발 등을 유도해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과일관측’ 8월호에 따르면 올해 배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3.9% 늘어난 23만1천300t으로 예상했다. 배의 경우 전년(1만303㏊)에 비해 재배 면적(9천615㏊)이 6.7% 줄었지만 작황이 좋아 단위 면적당 수확량은 오히려 22%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홍완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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