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들은 가끔 ‘엄마 찬스’를 쓴다. 불가피하게 야근을 하게 되거나,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는 ‘친정엄마 찬스’나 ‘시어머니 찬스’를 꺼낼 수밖에 없다. 제도적으로는 출산휴가,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등 선진국 수준의 법적 기반을 갖췄지만 실제 직장에서 맘놓고 쓰기란 쉽지 않다. 엉성한 사회 시스템 탓에 긴급할 때는 엄마 도움이 필요하다.
소위 능력있고 배경있는 사람들은 엄마 찬스를 입시에도 쓴다. 수도권 사립대생이던 A씨는 대학교수인 엄마의 제자들이 쓴 논문에 단독저자로 이름을 올린 경력 등이 인정돼 지난해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했다. 치과대를 나오지 않아도 치전원 과정을 밟으면 치과의사가 될 수 있어 엄마가 ‘힘’을 보탠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월 교육부에 부정입학 사실이 적발됐다. 서울대 입학고사관리위원회는 7월 A씨에 대한 입학 취소 처분을 의결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입시 특혜 논란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이번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딸에 대한 교육·입시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지난 30일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 후보자 딸이 고3 재학 당시 발간한 책 ‘미, 명문고 굿바이-나는 한국으로 돌아간다’와 관련된 의혹을 문제 삼았다. 딸 김모양은 2003년 3월∼2005년 1월 미국 고등학교를 다닌 뒤 귀국, 2007년 유학 경험을 담은 책을 냈다. 책 추천사는 압둘 칼람 전 인도 대통령과 조영주 전 KTF 사장이 썼다. 이듬해 이 후보자 딸은 연세대에 글로벌인재전형으로 입학했다.
한국당 송희경 의원은 책 출간 과정에서 ‘엄마 찬스’가 활용됐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자녀가 부모 인맥을 활용해 입시용 스펙을 쌓는 것을 ‘엄마 찬스’라고 하는데, 이 후보자 딸은 인도 대통령 추천사 등 엄마 찬스를 여러 번 썼다”고 했다. 딸이 이 후보자 지인을 통해 대형출판사에서 책을 낸 점, 이 후보자와 책을 세 차례 공동 집필한 언론사 논설위원이 딸의 책 칭찬 칼럼을 쓴 점을 꼽았다.
이 후보자는 압둘 칼람 대통령의 자서전 ‘불의 날개’를 번역한 인연으로 책 추천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칼람 대통령 추천사는 내가 도왔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학이 추천사만 보고 합격시킨 것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처신에 깊이 반성한다”고도 했다.
이 후보자 딸 역시 입시 과정이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 불법이 아닐 지 몰라도 국민들 눈에는 반칙이고 특권이다. 엄마 찬스를 쓸 수 없는 많은 청소년, 청년들은 ‘다시 태어나야 하는거냐’며 분노한다. 엄마 찬스를 주지 못하는 부모들은 자녀에게 왠지 미안한 마음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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