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시설·넘치는 인심… ‘주민 사랑방’ 부활
시흥 신천동에 위치한 삼미시장은 1987년에 조성된 재래시장이다. 현재는 하루 7천 명이 찾을 정도로 지역에서 자리매김한 곳이지만 30년간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변에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하나 둘 생기고, 1인 가구가 생겨나다 보니 젊은 층을 포함한 손님들이 자연스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상인들에게 갔고 상권이 침체됐었다. 이에 2000년 초반부터 삼미시장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듯 전통시장 살리기 위한 각종 정부, 경기도 사업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시장 환경 개선사업을 통해 대형 돔 아케이드 설치, 건물 도색, 대형 TV 설치하고 대형마트 못지않은 깔끔하고 쾌적한 환경을 구축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2006년에는 삼미시장이 재래시장으로 정식 등록되는 기쁨을 누렸다.
지금은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상시 시장으로, 평일 오전ㆍ오후 시간대를 가리지않고 북적북적하다. 삼미시장 길 양쪽으로 즐비한 상점들은 먹을거리, 비닐하우스에서 갓 수확한 싱싱한 채소 등 여러 품목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가격을 깎아 달라고 흥정하는 손님들과, 학생 손님들에게는 덤을 얹어주는 상인들 등 시장에는 웃음소리가 흘러 넘쳤다. 교복을 입은 중ㆍ고등학생부터 유모차를 끌고 온 20~30대 젊은 엄마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었다.
총 180여 개의 점포와 노점으로 구성된 삼미시장은 주거밀집 지역에 위치해 있고 신천역과도 직접 연결돼 있어 접근성이 뛰어난 재래시장 중 하나다.
재래시장으로 정식 등록되면서부터 상인회는 정부와 경기도, 시흥시 등과 함께 여러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장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삼미시장은 개성과 특성을 살린 특화거리(먹거리촌)를 조성했다. 특화거리는 떡, 족발, 반찬 등 음식 개성 별로 컨셉을 나눠 디자인 친화적인 먹거리 공간으로 손님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올해는 삼미시장이 경기도형 혁신시장 육성 공모 사업에 선정돼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형 혁신시장 육성사업은 특화요소 발굴, 개발 등 특성화를 통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 혁신적인 개선 등을 통해 전통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둔다. 총 사업비는 4억7천만 원으로 경기도와 시흥시가 5:5로 부담한다. 삼미시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조합 구간을 정비하고 서비스 개선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현재 포장마차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좌판 구간을 정비해 깔끔한 먹거리 촌으로 조성하고 삼미시장 스토리텔링을 녹아들게 한 디자인을 담은 벽화 등을 설치해 고객들의 볼거리, 즐길 거리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내년께 이 사업이 종료되면 좀 더 차별화된 삼미시장을 만날 수 있다. 이밖에 삼미시장은 백화점이나 대형쇼핑몰로 유입되는 손님들의 발걸음을 시장으로 돌리기 위해 인근 신천천, 신천문화의 거리 등을 활용해 자연친화적인 행사 및 공연을 열고 있다.
홍완식기자
[인터뷰] 권혁호 삼미시장상인회장
“인식개선·역량강화·홍보… 3박자 중점 추진”
권혁호 상인회장은 상인 역량 강화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전통시장 살리기 관련 정부, 경기도 사업 등을 유치해 시장 환경 개선, 인프라 구축은 완료했지만 그에 따른 상인들의 인식 개선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권 회장은 “시장 환경을 다 구축해놔도 상인들의 역량이나 인식이 여기에 못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며 “내년까지 상인 인식개선, 역량강화, 홍보 등이 교육을 1천500만 원의 교육 예산으로 총 10회정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교육으로 끝이 아닌 장기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짜서 시장 환경과 시장 운영의 퀄리티를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미시장은 현재까지 10여개의 전통시장 관련한 정부 사업을 유치해 활성화 시키고 있다. 삼미시장이 정부 사업 예산을 발 빠르게 유치하는 비법은 전국시장상인연합회, 경기도상인연합회 등 조직단체를 통한 정보, 노하우 공유라고 귀띔했다. 그는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 여기저기 폭넓게 활동을 해왔다”며 “전통시장은 경기뿐만 아니라 날씨 영향도 받고 일반 시민들이 생각하는 전통시장 인식 문제도 있기 때문에 항상 활성화 방안을 생각하고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경기침체가 가장 크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가격을 인하했다”며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이번 경기도형 혁신시장 육성사업을 통해 먹거리 특화 골목 등을 집중 발전시켜 고객들을 유입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이에 더해 온라인 홍보 수단도 늘릴 예정이다. 그는 “전통시장을 홍보하는 모바일 앱에 우리 시장의 점포를 모두 참여시켜 모바일 홍보에도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먹을거리를 찾아라
거창왕족발
삼미시장에서 30년째 족발집을 운영하고 있는 임희자 대표(60)는 국산 족발만 쓰는 것이 단골 손님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족발이 부드럽고 구수하다고 손님들이 많이 말씀해주신다”며 “우리 집을 찾아주시는 손님들이기 때문에 작은 족발부터 큰 족발까지 모두 국산으로 대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거창왕족발은 부모 손 잡고 어릴 때 온 손님이, 어른으로 훌쩍 커서 올 때도 많다고 한다. 그는 “옛날에 왔을 땐 애기였는데 결혼해서 우리집을 찾아주는 손님도 있다”며 “30년간 우리 족발집을 잊지 않고 찾아줘서 감사하다”고 뿌듯함을 내보였다. 그는 “거창왕족발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감사하고 앞으로도 좋은 맛과 서비스로 모시겠다”고 말했다.
노수옥돼지국밥
노수옥돼지국밥은 시흥 삼미시장의 대표 맛집으로 꼽힌다. 부산에서 1989년도에 돼지국밥을 팔기 시작한 노수옥 대표(65)는 삼미시장으로 올라와 11년째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노수옥 대표는 “돼지국밥의 국물이 진한 거는 오래 고우고 뼈 많이 넣고 하면 누구나 진한 국물을 낸다. 그렇지만 우리 집은 2차로 야채를 추가로 넣고 한번 더 고우는데 손님들이 국물 맛에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고 말했다. 노수옥돼지국밥은 하루 평균 150명이 찾을 정도로 삼미시장의 대표 맛집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경기도 전통명품점포로 선정된 바 있다. 노수옥돼지국밥은 다녀간 손님들이 SNS에서 맛집으로 소개를 해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노 대표는 “다녀간 손님들의 입소문 덕분에 단골손님도 많고 새로 오셔서 우리 국밥을 좋아해주는 분들도 늘고 있다”며 “앞으로 찾아주신 손님들에게 정성껏 돼지국밥을 대접하겠다“ 말했다.
신천고추기름방앗간
30년간 삼미시장을 지키고 있는 신천고추기름방앗간은 오로지 고객과의 신뢰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A급의 깨를 이용해 깨끗이 세척해 기름을 만든다고 한다. 김은문 대표(61)는 “기름이 다 떨어지면 가끔씩 다른 기름집에서 기름을 사와서 팔기도 하지만 우리집은 내 손으로 짠 기름이 아니면 손님들에게 팔지 않는다”며 “나름 고집을 가지고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단골 손님들이 많이 찾아 주신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고추나 깨가 나오는 가을 성수기에는 하루에 30명씩 기름을 사가기도 한다.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으며 장사를 하기 때문에 다행히 많이 찾아주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님들에게 기름이 고소하고 맛있다, 깨끗하게 잘 짜준다라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홍완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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