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나홀로 추석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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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고립을 택해 식사, 여가 생활 등을 홀로 즐기는 문화를 ‘나홀로 문화’라고 한다. 나홀로 문화와 더불어 나타난 신조어로 혼술ㆍ혼밥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혼-’을 붙여 홀로 하는 행위임을 나타낸다. ‘함께’가 아닌 ‘혼자’를 즐기는 이들을 ‘혼족’이라 한다. 혼족이라는 신(新)인류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쇼핑을 즐기며, 혼자 여행도 하는 등 혼자 활동하는 성향이 강하다.

혼족은 1인 가구가 늘면서 더 뚜렷해졌다. 현재 우리나라 1인 가구는 585만여 명에 이른다. 전체 가구의 30%다. 1인 가구 급증으로 사회 트렌드가 크게 바뀌었다. 취업난과 경제불황,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도 혼족 증가에 한몫했다.

혼족은 혼자 사는 1인 가구와는 개념이 좀 다르다. 사회적ㆍ문화적으로 보다 폭넓은 의미를 지닌다. 의식주 활동은 물론 문화생활과 놀이, 여가활동 등 모든 부문에서 혼자 활동한다. 이들은 타인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가족보다 자신의 건강과 경험을 중요시하며 인생을 즐긴다. 취미나 자기계발 등을 위해서 과감하게 지갑을 열어 관련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12일부터 추석 연휴다. 명절 연휴를 맞아 고향집에 다녀오거나 가족모임에 참석할 수도 있지만 국내외 여행을 떠나거나 취업ㆍ결혼 등을 묻는 명절 스트레스를 피해 나홀로 추석을 보내는 ‘혼추족’도 많다. 유통가에선 혼추족을 위한 소용량, 간편식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돼 경쟁이 치열하다. 한 편의점은 9가지 명절음식으로 ‘한상가득도시락’을 내놨는데 매년 명절 도시락 매출이 200% 이상 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 성인 남녀 2천8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8%가 추석을 혼자서 보낼 예정이라고 답했다. 남성(22.4%)이 여성(17.3%)보다 더 많았다. 취업 여부로 보면 취업준비생이 28.5%로 가장 많았고, 직장인 20.2%, 대학생 12.7% 순이었다. 또한 미혼이 기혼자보다 약 7배 많았다. 잡코리아가 직장인과 알바생 1천192명을 대상으로 한 다른 조사에서는 아르바이트생 64.7%, 직장인 45.0%가 추석 연휴에 출근한다고 답했다. 추석 연휴 출근은 직장이 정상 운영해서가 57.1%, 추가 수당을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가 40.6%였다.

스트레스와 번거로움을 피해 ‘나홀로 추석’을 즐기는 이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혼자여서, 어쩔 수 없이 일하게 돼서 홀로 추석을 지내는 이도 많다. 이들에겐 명절에 스트레스가 더 크고 더 우울하다. 혼추족을 부러워할 것만은 아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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