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 간접투자 후진국…日 128분의 1

부동산에 유달리 관심이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 재산을 건 부동산 직접 투자에만 몰두할 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고 안정된 간접 투자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정책·제도상 부동산 간접투자에 우량 자산과 혜택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시장 규모만 봐도 비슷한 시기 도입한 일본·홍콩 등의 수십, 수백 분의 1에 불과하다.

15일 유럽상장부동산협회(EPRA)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상장 리츠 규모는 1조 원 정도다.

부동산 간접투자는 주로 상업용 부동산,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부동산 관련 증권 등에 여러 주체가 함께 돈을 모아 투자하고 이익을 나눠 가지는 것이다. 리츠는 대표적 부동산 간접투자 형태로, 부동산투자회사로부터 배당을 받거나 이 회사가 주식시장에 상장돼 거래되면 보유한 부동산투자회사 주식의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리츠는 이리츠코크랩, 신한알파리츠 등 5개뿐이다.

한국의 상장 리츠 도입 시점(2001년)과 큰 차이가 없는 일본(2000년 도입), 싱가포르(2002년), 홍콩(2003년), 프랑스(2003년)의 상장 리츠 가치는 각 128조 원, 60조 원, 36조 원, 68조 원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36∼128배에 이르는 규모다.

심지어 6년이나 늦게 도입한 영국(2007년)도 한국의 87배(87조 원)였고, 부동산 간접투자 선진국 미국(1960년·1천230조 원), 호주(1971년·101조 원), 캐나다(1993년·61조 원)와의 격차도 컸다.

이들 주요 국가의 상장 리츠가 이렇게 커진 데는 우량 공공자산 공급, 세제 혜택 등의 뒷받침이 있었다.

미국과 일본은 금융위기 시기에 유동성 공급, 싱가포르는 ‘금융허브’라는 국가 목표 달성, 홍콩은 공기업 재정 확보를 위해 정책적으로 부동산 간접투자에 혜택을 몰아줬고 그 결과, 지금은 국민이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안정적 투자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우선 우량 자산이 기관투자자ㆍ외국인 등 소수 고액자산가가 투자하는 사모(私募) 리츠나 부동산 펀드에 집중되면서 일반 대중의 부동산 간접투자 기회가 적고 시장 규모도 커지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미미한 부동산 간접투자를 늘리기 위해 공모 리츠·부동산 펀드에 일정 기간 이상 투자하고 얻은 배당소득의 경우 다른 소득과 분리해 따로 세금을 매기는 등의 활성 방안을 발표했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이번 방안들은 대부분 늦어도 내년 중 실행할 수 있다”며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으로 주택 중심의 기존 부동산 투자 패러다임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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