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 국민이 최대 명절인 한가위를 보내는 가운데 인천 지역 곳곳에 나부끼는 여야 정치인들의 추석 인사 현수막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어 안타깝다. 전통적으로 추석 차례상 머리의 민심을 잡고자 정치인이 전통시장을 방문하거나 귀성길에 오르는 시민에게 주요 성과를 담은 의정 보고서나 정책 홍보물을 배포하곤 한다. 매년 반복적으로 추석 민심을 얻고자 하는 정치인의 의례적인 활동에 시민은 별로 관심이 없고 나아가 냉소적이기도 하다.
현수막을 보거나 홍보물을 보는 일부 시민들은 오히려 정치인의 인사에 위로를 받기는커녕 짜증을 내거나 정치인을 한탄하기도 한다. 철새처럼 선거철이 다가오면 거리 곳곳에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에 분주한 모습이 시민에게 진실하게 다가오지 못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최근의 국내외 정치 상황에서 그들의 민심 읽기와는 거리가 멀어 자성이 필요하다.
20대 국회는 식물국회를 넘어 동물국회로 전락하면서 최악의 국회로 기록되는 모습이다. 사소한 이슈로 정쟁에 몰두하면서 허송 세월하고 민생 관련 법률들은 산더미 같이 쌓여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있다. 거대 여·야당은 힘겨루기에만 몰두하면서 민심 한번 제대로 둘러보지 않고 있다. 제대로 민심을 살피기라도 했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국회가 있는 여의도의 모습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더욱 한심한 정치인들의 민심해석은 그들의 영혼 없는 추석 인사 현수막과 의정활동 홍보물로 더 짜증스럽게 한다. 여야가 첨예하게 싸우면서 추석 민심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것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따끔한 응징이라도 하고 싶은 모습이다. 여야는 추석 민심을 각각 검찰개혁과 조국파면으로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면서 추석 명절까지도 정쟁으로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민심은 여야 정치권 모두에 냉랭하면서 민생을 등한시하는 여야 모두에게 질타하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이 급증한 것이 그 방증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온 힘을 다해 대처해야 함에도 모자랄 판에 7개월 후의 총선에만 급급한 여야 정치인들의 치졸한 정쟁에 국민의 피로감은 절정에 달하고 있다. 민생현장에서는 다들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목소리가 빗발치는데도 여야가 아랑곳하지 않고 격렬하게 저속한 정치공세에만 열중하는 것에 시민들이 정치를 걱정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말로만 국민을 받드는 정치가 아니라 민생을 실천하는 정치로 국민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기 바란다. 철 지난 현수막이라도 몸소 제때에 철거하면서 진정한 민심을 다시 한번 헤아려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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