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혈액형 ‘B형’ 판단… ‘O형’ 용의자 풀어줬을 가능성 커
당시 DNA 검사 혈액형과 달라 “관할권 문제도 검거 장애” 분석도
경찰, 처제 살해 혐의로 검거 전 5·7·9차 외 추가 범행 조사 집중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A씨(56)가 화성사건 발생 당시 인근 일대에서 오랜 기간 거주했음에도 그가 수사망을 피해갈 수 있었던 이유로 ‘혈액형’이 꼽히고 있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A씨의 본적은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재 화성시 진안동)이다. A씨는 이곳에서 태어나 지난 1993년 4월 충북 청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몇 차례 주소지를 바꿨을 뿐 1986년~1991년 동안 연속적으로 일어난 사건 당시 화성 일대에서 계속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A씨는 청주로 거주지를 옮긴 뒤 9개월 만인 1994년 1월 청주 자택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현재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당시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됐던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 A씨가 어떻게 수사망에 잡히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경찰은 화성연쇄살인사건 해결을 위해 총 205만여 명의 경찰 병력을 투입했음은 물론 혹시나 이어질 추가 범행을 막고자 24시간 경계 근무 체제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 같은 전방위적 수사에도 불구, 경찰이 A씨를 용의선상에서 놓친 이유가 당시 경찰이 진범의 혈액형으로 판단한 혈액형이 A씨의 실제 혈액형과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번 DNA 판독 결과, A씨의 혈액형은 O형이지만, 화성사건 당시 경찰은 4, 5, 9, 10차 사건 범인의 정액과 혈흔, 모발 등을 통해 범인의 혈액형을 B형으로 판단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범인을 잡고도 혈액형이 다른 이유로 풀어줬을 가능성이 크다.
또 관할권 문제도 A씨 검거에 장애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처제 살인사건을 접한 당시 화성사건 수사본부는 “혹시 몰라 A씨를 한번 조사할 테니 화성으로 A씨를 데려와 달라”고 했지만, 청주 경찰은 처제 강간살인 사건 수사를 이유로 “여기 수사가 우선이니 필요하면 직접 데려가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화성사건 수사본부는 A씨에 대해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최종적 진실을 캐내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현재로서는 용의자 A씨의 DNA가 나온 사건은 모두 10차례의 화성사건 가운데 모방범죄로 드러나 범인까지 검거한 8차 사건을 제외하고 5, 7, 9차 사건 등 3차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10차 사건 증거물은 지난 7월 5, 7, 9차 사건 증거물과 함께 국과수로 보내져 감정이 진행됐지만 A씨의 DNA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또 1, 2차 사건은 범행 수법에서 나머지 사건들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재까지 A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A씨에 대한 3차례 대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사자료 검토에 집중하고 있다.
양휘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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