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기후 파업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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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6살인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청소년 환경운동가다. 유력한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거론된다. 그녀의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툰베리는 지난해 8월부터 매주 금요일 학교에 가지 않고 스웨덴 국회 앞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촉구하는 1인 시위 ‘프라이데이즈 포 퓨처’(Fridays for Futureㆍ미래를 위한 금요일)를 시작했다. 피켓에는 ‘기후변화를 위한 등교 거부’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툰베리는 “우리가 앞으로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걸까요? 지금 미래를 구하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말이죠”라고 말한다. “우리 집(지구)에 불이 났는데, 어른들은 왜 딴짓만 하고 불을 끌 생각을 하지 않나요?”라고 묻기도 한다.

툰베리의 1인 시위는 반향을 일으켜 3개월 만에 스웨덴 100여 개 도시로 확산됐고 올해 초엔 144개국 2천500여 개 지역에서 집회가 열렸다. 세계 각 나라의 학생들은 비록 투표권이 없어 정치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못하지만, 등교 거부를 통해 기성세대가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져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기후 파업(Climate Strike)’이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툰베리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주 동안 소형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해 또 한번 화제가 됐다. 지구촌이 직면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항공기나 유람선 등 배기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교통수단을 피하고자 화장실도 없는 친환경 소형요트로 북대서양을 건너는 모험을 시도한 것이다.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사흘 앞둔 20일 전세계 수많은 젊은이들이 미래를 지키자며 기후 파업에 돌입했다. 호주의 110개 도시에선 학생과 직장인이 학교나 회사에 가지 않고 거리로 나왔고, 해수면 상승으로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에선 어린이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타이에선 청년 200여 명이 환경부 청사 바닥에 드러누워 죽은 척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펼쳤다. 20~27일 ‘기후위기 주간’에 전 세계 139개국에서 4천638개 집회가 열린다.

우리나라는 330개 단체로 구성된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가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NO EARTH, NO LIFE!’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등의 피켓을 들고 기후위기에 침묵하는 정부와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 등을 비판하며 비상상황 선포를 정부에 촉구했다. 기후위기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다. 내일이면 늦는다. 툰베리의 호소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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