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위안부 망언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기자페이지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강의 도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을 매춘 여성에 비교하는 발언을 해 공분을 사고 있다. 류 교수는 지난 19일 ‘발전사회학’ 강의 중 “(위안부 관련)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정부)이 아니다”라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매춘부와 과거 위안부를 동급으로 보는 것인가’라는 학생 질문에는 “그런 것과 비슷하다”고 답했다. 그는 또 ‘일본이 좋은 일자리를 준다고 속여 위안부 피해자를 데려갔다’는 학생 반발이 이어지자 “지금도 매춘 들어가는 과정이 그렇다. ‘매너 좋은 손님 술만 따라주고 안주만 주면 된다’고 말해서 접대부 되고 매춘을 시작한다”고도 했다. 질문한 여학생에게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라는 막말도 했다.

류 교수 발언이 알려지자 규탄과 해임 요구가 거세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류 교수를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성희롱 등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단체는 류 교수가 역사를 왜곡해 허위사실을 퍼뜨렸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명예를 훼손했으며, 질문한 여학생을 상대로 성희롱을 했다고 주장했다. 연세대는 류 교수의 해당 강의를 중단시켰다.

류 교수 발언은 “매국적 망언”이다.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대학교수이자 지식인이 그릇된 역사인식을 갖고 황당한 강의를 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학문의 자유가 있는 대학내 발언이라고 해도 도저히 용납하기 어렵다.

그동안 많은 피해자들이 강제로 납치되거나 속임수에 넘어가 위안부 생활을 강요받았음을 증언했다. 일제강점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은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담화 등을 통해 일본에서도 인정했다. 일본군 위안부는 국제사회에서도 ‘전시 성노예’라는 인식이 정립된 사안으로, 지난해 8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사죄와 보상을 하지 않았다고 공개 비판했다.

일본도 아닌, 최대 피해국인 우리나라에서 아베 정부를 대변하는 듯한 위안부 망언이 가끔 튀어 나온다.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 등이 펴낸 책 ‘반일 종족주의’는 위안부 성노예 부정 등의 주장으로 반발을 샀다. 이철순 부산대 교수는 ‘반일 종족주의’ 북 콘서트장에서 위안부 문제가 뒤늦게 뻥튀기되고 부풀려졌다는 취지의 말로 논란을 불렀다. 정상혁 충북 보은군수는 위안부 배상 문제와 관련, 아베 정부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곤욕을 치렀다. 이들은 어느나라 국민인가 싶다.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는 역사에 대한 폭력이다. 굴절된 역사인식을 갖고 교단에 서는 건 옳지 않다. 류 교수는 궁색한 변명 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사죄부터 해야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