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에 특례를 주는 법안은 네 개다. 김진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방 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있고,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에 광역시에 준하는 행정과 재정권한이 부여되도록 지정 광역시로 지정하는 개정안(김영진 의원 발의)과 특례시로 지정하는 개정안(이찬열 의원 발의)이 있다. 여기에 인구가 아닌 행정수요자수가 100만 명 이상일 때 특례시로 인정하는 김병관 의원의 개정안도 있다.
법안 취지는 대체로 같다. 주민 주권을 강화하는 것이고, 지자체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행정의 몸집이 커진다. 현재 2명 또는 1명인 부시장이 3명까지 늘면서 전체 공무원의 정원이 늘어난다. 행정서비스 질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업무 이관에 따른 시정 자율권도 커지면서 시민이 원하는 행정을 실현할 여지가 커진다. 시 재정 상황도 크게 확대돼 시가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의 여력이 넓어진다.
이렇게 바람직한 개정안인데 겉돌고 있다. 김진표ㆍ김영진ㆍ이찬열 의원의 개정안은 2016년 소위에 회부된 뒤로 답보 상태다. 김병관 의원의 개정안도 지난 3월 소위에 올려진 뒤 멈췄다. 다뤄질 소위는 행안위다. 소속된 도내 의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무려 6명이나 되는 도내 의원이 속해 있다. 추진에 소극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20대 국회가 막바지다. 이제는 법안 폐기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아마 일부에서 ‘총선용’이라며 꺼려하는 모양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가 “총선을 앞두고 지역별 이해관계가 달라서 법안 통과 전망이 어두운 만큼, 사실상 20대 국회 내에는 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귀띔한다. 비관적이라는 얘기다. 이해되지 않는다. 대상 지자체에는 경남 창원도 있다. 국토균형발전논리로 볼 문제가 아니다. 여야의 득실이 벌어질 일도 아니다. 어째서 이 개정안이 총선용이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 개정안의 기본 출발은 정부였다. 지난해 10월30일 요란하게 발표했다. 30년 만의 지방자치법 개정이라고 했다. 특례시 명칭 부여, 국ㆍ지방세 비율 조정, 주민 조례 발안제 등의 세부 내용까지 공개했다. 수원ㆍ고양ㆍ용인ㆍ창원시민에 대한 국가의 약속이었다. 그 약속이 1년째 겉돌고 있다. 급기야 20대 국회 법안 폐기 우려까지 나온다. 어쩌면 1년 폐기가 아닌 4년, 8년 폐기가 될지도 모를 상황이다. 이럴 거면 왜 약속했는지.
이래저래 믿을 구석은 경기도 국회의원들이다. 사실상 경기도의 현안이다. 1천300만 경기도민 가운데 400만 명이 기다리는 숙원이다. 경기도 의원들, 특히 행안위 소속 6명 의원의 분발이 유일하면서도 그나마 해 볼 마지막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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