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시설법 위반사항 수두룩
불나면 속수무책… 대책 시급
김포의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본보 25일자 1면)한 가운데, 경기지역 요양병원들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재 발생 시 탈출구로 사용될 비상계단에 통행을 방해하는 물건을 쌓아놓는 등 위반행위를 버젓이 자행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수원시 장안구의 A 요양병원. 이곳은 지하 3층ㆍ지상 7층 규모의 대형 요양병원으로 100여 명의 고령 환자들이 생활하고 있다. 해당 요양병원은 지난 2016년 착공한 건물로, 비교적 최근 지어진 탓에 내부의 시설들은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말끔한 병동 내부의 모습과 달리 비상계단으로 이동하자 철제 사다리, 빨래 건조대, 청소기 등의 온갖 물품들이 뒤섞여 적치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화재 발생 시 대피하고자 이용해야 하는 비상계단은 쌓여 있는 물건들로 인해 절반의 공간으로만 지나다닐 수 있었다.
이처럼 피난시설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에 따라 금지돼 있어, 소방시설법 위반사항에 해당한다.
더욱이 A 요양병원은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다른 층으로 연기와 유독가스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평소에는 비상구의 문을 닫아놓아야 하지만, 소화기와 상자 등을 이용해 문이 닫히지 않도록 고정해놓은 모습이었다. 화재 발생 시 다른 층으로 번질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할 ‘생명의 벽’ 역할을 할 비상구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A 요양병원 관계자는 “현장을 확인한 후 문제가 있다면 시정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B 요양병원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지상 6층 규모인 해당 병원의 층별 비상구 문은 모두 개방돼 있었고, 일부 비상계단에는 신발장과 접이식 수레 등이 방치돼 통행을 방해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소방 관계자는 “화재 발생 시 피난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할 경우 최대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내리고 있다”며 “안전 불감증을 해결하고자 시민이 직접 위반사항을 찾아 고발하는 ‘비상구 신고포상제’ 운영 등을 통해 안전한 경기도 만들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자유한국당 장석춘 의원이 한국전기안전공사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요양병원 화재안전점검 현황’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기안전검사를 받은 도내 요양병원 377곳 중 11.1%(42곳)가 ‘불합격(1차)’ 판정을 받았다.
채태병기자ㆍ원광재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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