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농장, 한강 지류 청룡두천… 연천농장은 사미천과 가까워
北 연결 강·하천 ‘예의 주시’… 일각선 北 유입 빗물 견해도
농식품부 “시료 채취 바이러스 조사… 인근 유역·도로 집중 점검”
수도권을 덮친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의 발생 원인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ASF 발병ㆍ의심 농가들이 북한과 연결된 강과 하천 10㎞ 내 위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물이 흐르는 경로’를 통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 사이 ASF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ㆍ인천 농가들이 모두 한강ㆍ임진강과 가까이 위치하면서 ‘물’ 인근의 철저한 검역과 방역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국내에선 총 여섯 차례 ASF 확진 판정이 나왔다.
1차 발생지(17일)인 파주 연다산동 A돼지농장은 오두산 통일전망대 너머 한강 등지와 5.5㎞ 거리이면서 한강 지류 하천인 청룡두천과 280m 거리, 2차 발생지(18일)인 연천 백학면 B농장은 북한과 이어진 사미천과 불과 1㎞ 거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3차 발생지이자 한강 이남지역 최초 발생지(23일)인 김포 통진읍 C농장은 임진강과 한강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10㎞ 떨어졌고, 4차 발생지(24일)인 파주 적성면 D농장은 임진강과 차로 1분 거리인 500m밖에 멀지 않다. D농장과 북한과의 거리도 10㎞ 수준이다.
경기도 외 지역에서 처음으로 확진 판정이 내려진 ASF 5차 발생지(24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 E농장, 6차 발생지(25일) 불은면 F농장도 한강을 두고 북한과 8~9㎞ 거리다.
이처럼 ASF 발병ㆍ의심 신고 농가들이 한강ㆍ임진강 인근 10㎞ 안에 위치했다는 공통점이 드러나면서 ‘물이 흐르는 대로 ASF 바이러스가 전이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도내 양돈업계에서는 태풍 ‘링링’이 지나가고 난 후 1차 발병이 난 데 대해 ‘빗물’을 주요 원인으로 꼽아 왔으며, 전문가들도 지켜볼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최대 양돈 사육규모인 충남권의 한 공중방역수의사는 “현 단계에서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순 없지만 발생지가 북한과 연접해 있고 임진강 하구, 한강 수계에 위치한 것을 보면 충분히 (북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ㆍ인천 아래로 충남이 자리하기 때문에 촉각을 세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만일 수로(지하수 포함)를 통해 ASF 바이러스가 북한에서 유입됐다면 ‘돼지 부산물이나 분뇨가 떠내려와 전이한 경우’, ‘까마귀ㆍ독수리ㆍ쥐ㆍ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옮긴 경우’ 등의 가설로 나뉜다.
이와 함께 북한에서 온 곤충을 통해 국내에 전염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잠재적 감염 경로를 보고하면서 돼지 사체에서 생긴 파리ㆍ모기가 원인일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직은 원인이 불분명하다”며 “다만 강과 하천을 통해 오염됐을 가능성을 두고 환경부ㆍ국방부ㆍ검역본부와 함께 임진강, 한탄강, 한강하구 등 시료를 채취해 바이러스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인근 유역과 도로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ASF 의심 신고를 접수한 인천 강화군 양도면 농장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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