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요양병원에서 또 화재가 일어나 많은 인명피해가 났다. 툭하면 터지는 요양병원 참사는 이번에도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김포시 풍무동 상가건물에 입주한 요양병원에서 24일 전기 안전점검을 위한 정전 상태에서 불이 나 90대 노인 등 2명이 숨지고 47명이 다쳤다. 이중 8명은 중상이다. 전력 공급이 차단돼 수동으로 환자들에게 산소 치료를 하다가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되며 대피 과정에서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사망자가 발생했다.
불이 난 상가건물은 지상 5층, 지하 2층으로 요양병원은 3층과 4층을 사용했다. 병원에는 132명의 환자가 입원 중이었다. 이번 화재는 건물 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데다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보일러실과 병실이 가까워 인명피해가 컸다. 화재 발생 당시 환자들의 신속한 대피를 돕기 위한 안내방송도 이뤄지지 않는 등 미흡한 사고 대응이 더 큰 피해를 불렀다. 화재 후 비상경보 벨은 울렸다고 하지만 70~80대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신속하게 움직이기는 쉽지 않았다.
고령과 각종 질환으로 몸을 맘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노인들이 입원한 요양병원은 화재가 발생하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2014년 전남 장성의 요양병원 화재는 신고 접수 30분도 되지 않아 진화됐지만 21명이 숨졌다. 지난해 1월 경남 밀양의 병원 화재도 신고 3분 만에 진화를 시작해 1시간 내 진화됐지만 39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부상을 입었다.
요양병원은 고령의 환자들이 입원해 재난 대비에 더욱 철저해야 하지만 기본 수칙조차 지키지 않는 등 안전문제를 도외시해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스프링클러, 방화문, 연기억제 장치 등 기본적인 화재방지 시설들조차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등 허술하기 짝이 없다. 불이 난 요양병원은 지난해 11월 부천소방서 등이 실시한 화재안전 특별조사 때 19건을 지적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의 요양병원·시설에 대한 지난해 상반기 관계기관 합동점검 결과, 127개 시설에서 건축 및 소방분야 안전관리 위법사항 209건이 적발됐고, 요양병원 시설 관계자 48명이 무더기로 형사 고발됐다. 건물주나 사용자의 무단 증축, 피난 시설 훼손, 지자체의 허술한 관리, 형식적인 소방시설 점검 등 총체적인 부실 덩어리였다. 설치된 방화문을 허가없이 철거하고, 화재 피난경로인 계단을 가연성 목재로 마감하거나 비상구 출입문을 열쇠로 잠금장치 하는 등의 관리위반 사례도 수두룩했다.
화재가 난 이후 경찰이 원인을 규명하고, 병원 관계자를 구속하는 것 등은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그 이전에 화재방지 시설들이 제대로 설치됐는지,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요양병원 화재로 숨지는 원인 중 대다수가 연기 질식이라는 점에서 연기감지기 및 방연마스크 비치를 의무화하고 긴급상황 시 활용할 수 있게 훈련해야 한다. 소방당국이나 지자체도 요양병원 관리 감독을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