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농산물 가격 및 국제 유가 하락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무상교육 등 정부 정책이 물가상승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20(2015년=100)으로 1년 전보다 0.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대비 하락한 것은 소비자물가지수 통계 작성(1966년부터 집계) 이래 처음이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0.038% 하락해 사실상 마이너스를 가리킨 바 있지만, 소수점 한 자릿수까지만 따지는 공식 상승률에 따라 0.0% 보합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이번이 최초의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인 셈이다.
특히 지난해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1월 0.8%를 기록한 이후 줄곧 0%대를 기록하다가 이번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물가상승률이 이처럼 장기간 1%를 밑돈 것은 2015년 2∼11월(10개월) 이후 처음이다.
통계청은 이 같은 마이너스 물가에 대해 농ㆍ축ㆍ수산물 가격 및 국제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무상교육 확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정부 정책이 물가상승률 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농ㆍ축ㆍ수산물 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8.2%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70%p 끌어내렸다.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석유류 가격은 5.6% 하락해 전체 물가를 0.26%p 끌어내렸다. 고3 무상교육 전면 시행의 영향으로 고등학교 납입금(-36.2%)이 크게 하락했고, 경기 지역의 무상급식 전면 실시로 학교 급식비(-57.8%)도 크게 떨어졌다.
다만 통계청은 이번 마이너스 물가가 일시적인 저물가 현상이라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또 일시적·정책적 요인을 제외하면 물가상승률이 0.9% 수준이라며 연말부터는 기저효과 등이 완화해 0% 중후반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교 무상교육 정책과 농산물 가격 기저효과 등 정책적ㆍ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보다 4.4포인트 상승하는 등 소비부진으로 인한 디플레이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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