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1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시설 두 곳이 피격되면서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원유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로 16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전 거래일 대비 14.7% 급등했다. 이후 사우디의 생산량 조기 정상화 발표 등으로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제유가(WTI 기준)는 2000년대 초반 20달러대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140달러대까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중동지역의 민주화, 신흥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으로 등락을 거듭하며 2016년 2월에는 2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이후 주요 산유국의 감산정책 등으로 반등해 지난해 10월 70달러대까지 상승했으나 미ㆍ중 무역분쟁,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예외조치 등으로 하락, 최근에는 5~60달러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대외개방도가 높고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 국제유가는 중요한 경제변수다. 일반적으로 유가 상승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경로는 다음과 같다. 유가가 상승하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가 상승한다. 기업은 생산비용 증가로 채산성이 악화해 생산과 투자를 줄이고 가계는 실질구매력이 낮아짐에 따라 소비를 줄인다. 이 같은 경로로 다른 원유수입 국가들의 경기도 악화하면서 우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 수출도 감소하게 된다. 결국, 국내 총수요가 감소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게 되는데 이러한 인과관계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 바로 1970년대 1, 2차 오일쇼크다.
그러나 유가의 변동요인에 따라 때로는 고유가가 우리 경제에 호재로 작용하기도 하고 저유가가 악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글로벌 경기 호조에 따른 수요 견인으로 유가가 상승했던 2003~2006년에는 소비와 투자가 확대되고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등 우리 경제도 호황을 누렸다. 반면, 원유공급 과잉과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로 저유가가 지속했던 2015~2016년에는 산유국과 원자재를 수출하는 신흥국들이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우리나라도 수출이 감소하는 등 경기하강 압력에 직면했다. 특히, 이 시기에는 해양플랜트를 수주받은 우리 조선업체들이 저유가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납기가 지연되거나 계약이 취소되면서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최근 사우디 사태에도 글로벌 수요둔화, 여타 산유국의 증산여력 등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유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미ㆍ중 무역 분쟁 지속 등 대내외 경제여건이 녹록지 않은 이때, 유가 급등락이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다.
임정희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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