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검거 건수 3년간 1천여건
전국의 32%, 가족이 가해 많아
홀로 고통 감내… 도움 절실해
#사례1. 노모 A씨(72)는 이혼한 아들과 한집에 살면서 아들에게 지속적인 폭행ㆍ폭언 등 학대를 받아왔다. 당초 욕설과 겁주기 수준이었던 아들 B씨의 학대는 어느새 어머니를 향한 폭행으로 이어졌다. 깨워 달라는 시간에 맞춰 깨워주지 않았다는 게 첫 폭행의 이유였다. A씨는 ‘부모 자식 간’에 일어난 일로 여기며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마음’에 홀로 고통을 감내해 왔다. 그러나 아들의 학대 정도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자 A씨는 3년여의 시간 동안 받아온 학대에서 벗어나고자 결국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례2. 자식으로부터 부양을 거부당한 독거노인 C씨(67ㆍ여)는 지난달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었지만, C씨는 장기간 홀로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C씨는 홀로 남겨진 뒤에도 자식들로부터 폭력을 당하거나 금품을 빼앗기는 등 학대를 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0월 2일’ 노인의 권리ㆍ복지 향상을 위한 ‘세계 노인의 날’을 맞은 가운데 경기도가 노인학대 검거 건수가 지난 3년간 1천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내 노인학대 검거 건수는 2017년부터 매년 증가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지자체ㆍ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광주갑)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노인학대 사건 송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 6월까지 경기지역에서 노인학대로 검거된 건수는 총 1천52건으로 전국(3천332건)의 31.6%에 달한다. 경기도에서만 ‘노인학대’로 매월 35건, 매일 1건 이상의 신고전화가 걸려오는 셈이다. 더욱이 도내 노인학대 검거 건수는 2017년 321건, 지난해 464건을 기록하는 등 매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7년부터 올해 6월(267건) 동기간 증가율은 무려 66.4%에 이른다.
노인에 대한 폭력ㆍ학대의 가해자는 대부분 가족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자 전체 3천446명 중 93.5%인 3천223명이 가족이었으며 그중 아들이 37.2%로 가장 많았다. 학대가 발생한 장소는 가정 내가 89.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노인학대의 근본적인 발생을 막으려면 취약계층에 놓인 노인과 그들을 부양하는 가족을 위한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임정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남성의 경우 노인 돌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돌봄 교육이 마련돼 있지만 계획만 있을 뿐 홍보와 실효성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인 학대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이를 막을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정부ㆍ지자체의 경제적 지원 증가와 더욱 촘촘한 돌봄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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