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더를 키우자] 유태경 감독·중앙대 교수

“국내 VR 콘텐츠 기술력 꾸준히 발전 성장 동력 발굴 세계무대 이끌어가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오늘날,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상현실(VR)ㆍ증강현실(AR) 콘텐츠가 생활 곳곳에서 우리 곁에 물씬 다가왔다. 첨단지식 역량을 토대로 신성장모델을 발굴하는 경기도에선 기술과 아이디어를 결합해 세계무대로 뛰어들 인재를 양산하기 위해 연일 관련 산업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선보인 시각적인 특수효과로 유명한 덱스터 스튜디오 등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유태경씨(44)는 업계 영역 확장에 앞장선 인물로 손꼽힌다.

그는 십수 년간 테크니컬 디렉터로 활약하며 ‘VR툰(VR과 웹툰의 합성어)’이라는 신(新) 장르를 개척한 감독이자,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차세대 글로벌 리더를 배출하고 있는 교수이기도 하다. 유태경 감독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이게 될까?’했던 많은 일들이 지금은 실제로 현실화됐다. 느리지만 VR 산업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어느덧 기술에 스토리를 담아 사람의 감정이 움직이게 된 만큼 앞으로 청년 인프라 발전과 성장 동력 발굴 등을 더욱 기대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 영화ㆍ드라마ㆍ게임 등 다양한 영역에서 VFX(Visual EffectsㆍCG 기반 시각효과 또는 특수효과)가 내실을 다져가고 있는데, 이 분야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꽤 오랜 기간 영화 시각효과 업계에서 테크니컬 디렉터로 활동했다. 평소 영화를 좋아했고, 영화에서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면서 자연스럽게 시각효과에도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시각효과 일을 하며 시야를 넓히다 보니 VR에도 주목하게 된 것이다. 본래 그래픽을 만드는 일을 해왔던 터라 VR산업에 발을 들이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콘텐츠 제작이라는 측면에서 시각효과와 VR은 접점이 많지만 VR은 눈앞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한 효과를 줘야 해 조금 더 ‘게임 제작’에 가깝다. 이 미묘한 차이에서 관심을 품게 됐다.

- 언제부터 이 분야가 각광받기 시작했나. 

2016년 이전까지 ‘눈 앞에서 움직이는 영상’은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로, 단순히 학계에서만 논의되던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6년 오큘러스라는 상품(VR기기)이 출시되면서 VR이 일상에 들어왔다. 이는 모바일 프로세서와 네트워크, 디스플레이 등 첨단 기술이 소폭 발전해 가능했던 일이라 의미가 있다. 궁극적으로 현 시점에서 VR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VR을 통해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경험할 수 있는 등 단순 기술을 넘어 일종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 VR툰 장르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조의 영역’, ‘살려주세요’ 등 작품이 칸ㆍ부산 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돼 상영하기도 했는데. 

현재 VR 장비는 장기간 쓰기엔 사용자 입장에서 불편하기도 하고 일부는 어지러움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면서 접목할 수 있는 분야가 어떠한 것이 있을지 고민하다가 떠오른 것이 웹툰이다. 웹툰과 결합된 VR 속에서 사람들은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면서 생동감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또 관람시간도 7분가량으로 짧아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을뿐더러 비교적 정적인 만화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어지러움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다.

- VR툰 작업 과정은 어떠한가. 

첫 번째 작업은 VR툰으로 제작할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다. 이후 원작의 스토리를 토대로 VR 스토리텔링에 적합한 구성과 호흡으로 각색해 콘티를 제작한다. 다음으로는 콘티에 사용한 이미지를 이용, 사운드가 포함된 영상을 만든다. 이후 단계부터는 3D 그래픽 프로그램과 게임 엔진을 이용해 시각효과나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과 유사한 단계로 제작을 진행한다. 마지막 과정에서는 유저 피드백 과정을 거치게 된다. VR은 관객의 경험이 무척 중요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이때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유저테스트를 기반으로 디테일을 보완하는 작업이 큰 비중으로 진행되는 식이다. 

- 그렇다면 콘텐츠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떤 점들을 중시하나.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팁이 있다면. 

콘텐츠를 개발하는 과정은 관객들이 겪게 될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콘텐츠를 개발할 때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관객들에게 인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또 VR 기기 자체의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관객이 편안하게 집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가끔 이런 과정에서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는데 최종 결과물의 단초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순간 떠오른 아이디어들을 메모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 교직에 입문해 차세대 테크니컬 디렉터를 양산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비전이 밝은 시장인가.

시각효과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테크니컬 디렉터들의 역할이다. 이들은 기술과 예술을 함께 이해한 창작 과정의 기술 인력으로 볼 수 있다. 전 현업에 종사하다 교직에 뛰어든 케이스다 보니 실무적인 부분을 가르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테크니컬 디렉터가 되기 위해선 논리적인 사고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데, 청년(학생)들에게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폭넓은 시각과 소통 능력을 기르는 것이 좋다고 강조하곤 한다. 다만 이 분야가 생소하다 보니 청년들이 막연한 두려움에 본인의 한계를 미리 정하는 경우가 있다. 제 역량에 비해 성과를 못 내는 일이 없도록 꾸준히 용기를 북돋는 게 제 역할 중 하나다. 아직 초창기에 있는 분야라 세계로 뻗어나갈 발판이 될 수 있는 만큼 기회의 가능성이 높다는 걸 체감할 수 있게 초점을 두고 있다. 

- 국내외 기술력을 비교하자면 현재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보다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동력과 지원이 필요할지. 

기술력에 대한 절대적인 평가는 불가능하지만 분명 점점 나아지고 있긴 하다. 다만 인력과 관련해서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절대적인 연구 인력은 해외에 더 많은 상황이다. 국내 실력자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도 발생하는데,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싶은 마음이 커 교직에 발을 딛게 된 것 같다. 안정적인 산업 구조가 형성되고 유지돼야 더 많은 인력들이 들어오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를 길러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국내에 전문 대학이나 대학원이 태부족한 실정이지만, 앞으로 더욱 많은 관심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청년층의 관심도 필요하다. 

- 앞으로의 계획. 예비 글로벌 청년에게도 한마디. 

테크니컬 디렉터 양성에 집중하는 한편 VR툰처럼 다양한 분야와 VR을 접목하는 시도를 해나갈 계획이다. 현재는 VR과 음악을 어떻게 결합시킬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예컨대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은 스마트폰으로 관객들이 하나의 음을 전송하면 이를 수집해 하나의 오케스트라와 같은 음향효과를 내던데, 이러한 기법에 VR을 활용하는 건 어떨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감정 표현까지도 가능한 디지털 휴먼을 구현해 다른 분야와 융합해보고 싶다. VR을 이용한 콘텐츠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고, 앞으로 더욱 성장할 여지가 많은 긍정적인 시장인 만큼 지금 나오는 콘텐츠들이 최종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청년들 역시 국내 시장에 머물기보단 세계 시장을 바라보며 고민과 도전을 거듭, 다함께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글_이연우ㆍ김태희기자 사진_윤원규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