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14건·성범죄 30건… 이춘재가 쏟아낸 ‘살인의 추억’

화성 연관성 부인해오다 DNA 들이대자 심경 변화
“이런날 올 줄 알았다”… 8년간 범죄 행각 술술 털어놔
경기남부청, 브리핑… “오래전 기억, 신빙성 확인 중”

“언젠가 제가 저지른 일이 세상에 드러나는 날이 올 줄 알았습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화성사건을 포함해 모두 14건의 살인과 30건의 성범죄를 자백했다고 경찰이 2일 공식 확인했다.

경기 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열고 현재까지 9차례 이뤄진 이씨에 대한 대면조사에서 이씨가 이같이 털어놨다고 밝혔다.

이씨가 저지른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모방범죄로 드러난 8차 사건을 제외한 9차례이다. 이씨는 9차례의 화성 연쇄살인사건에 더해 5건의 살인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한 것이다. 경찰은 그러나 이씨가 추가로 자백한 살인사건 5건의 자세한 발생 장소와 일시 등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들 사건은 화성 일대에서 3건, 충북 청주에서 2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애초 화성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주 중 자백을 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이씨 심경변화의 결정적 이유로는 화성사건의 5, 7, 9차 사건 증거물에서 새롭게 검출된 DNA가 꼽히고 있다.

이들 증거물에서 나온 DNA는 이씨의 것과 일치했다. 경찰은 지난주 국과수로부터 4차 사건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도 이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내용을 전달받았으나, 이씨는 4차 사건 감정 결과를 전달받기 전에 이미 심리적 방어벽이 무너지면서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경찰이 DNA 분석 결과를 알려주자 “DNA 증거가 나왔다니 할 수 없네요”라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에 더해 이씨는 30여 건의 강간과 강간미수 범행도 털어놨다.

이 씨는 자발적ㆍ구체적으로 이들 범행을 자백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프로파일 러와 ‘라포르’(신뢰관계)가 형성된 상황에서 지난주부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임의로 자백하기 시작했다”며 “본인이 살인은 몇 건, 강간은 몇 건이라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어떤 자료를 보여줘서 자백을 끌어낸 게 아니라 스스로 입을 열고 있다는 뜻으로 일부 범행에 대해서는 본인이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씨가 오래전 기억에 의존해 자백한 만큼 당시 수사자료 등에 대한 검토를 통해 자백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있다.

이씨가 자백한 모든 범행은 그가 군대에서 전역한 1986년 1월부터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검거된 1994년 1월까지 8년 사이에 이뤄졌다. 양휘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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