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1년에 5번씩 운동회 하고 싶어요”

강현숙 사회부 차장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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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운동회를 하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게 만든 마음. 올해는 작년 체육대회보다 더 재미있었다. 개인 달리기, 장애물 달리기, 어르신들이 하는 경기, 청백계주 등 특히 4학년 언니, 오빠들은 정말 재미있게 달리는 것 같았다. 1년에 5번씩 체육대회를 하고 싶다. 왜냐하면 더워도 재미있고 신나면 더운 것을 모른다. 내년 체육대회는 어떨까? 올해보다 재미있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3학년 딸 아이의 일기장을 몰래(?) 봤다. 요즘 초등학교 운동회는 점점 간소화되고 전문 이벤트 행사업체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꼭두각시 공연’도 없고 김밥, 과일 등의 간단한 음식 반입이 일체 금지된 학교도 있다. 솔직히 엄마, 아빠 입장에선 운동회가 노동의 시간에 가깝다. 안 하던 운동을 갑자기 하면서 심한 근육통이나 피로함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반면 아이들은 다르다.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뛰고, 달리고, 던지고, 잡고, 넘어지고, 일어나고 그 자체에 행복하고 좋다. 아빠가 줄다리기 하면서 꽈당 넘어지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훌라후프를 돌리는 엄마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깔깔깔 배꼽 잡고 웃는다.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몸으로 노는 시간만큼은 학원 갈 걱정도 시험을 잘 봐야하는 욕심도 없었다.

▶서울시교육청의 기초학력진단평가 실시 방침을 놓고 교육계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 단체들은 학교 서열화, 사교육비 유발 등 폐해를 지적하며 강한 반대 의사와 함께 행동에 돌입했다. 반면 교총은 제대로 된 진단이 필요하다며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진단보다 해법’에 중점을 두고 “일제고사식 기초학력 평가는 절대 없다”고 못 박았다. 이 같은 교육계의 찬반논란에 정작 주인공인 아이들은 없다. 아이들은 시험을 어떻게 하면 잘 보고, 얼마나 자주 보느냐가 고민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최대 고민은 학원 안 가고 그냥 친구들과 해 떨어질 때까지, 배고플 때까지 뛰어노는 것이다. 참, 1년에 5번씩 운동회를 하고 싶다는 딸 아이의 소원은 남북통일보다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강현숙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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