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향토·특색 음식 경연대회’… 실상은 ‘음식 나눠먹기’

경연 참가자들에 재료비 쥐꼬리 지원
시설비 예산 1천100만원 비빔밥 파티
구청장·정치인 생색내기용 행사 전락
시민 “누굴위한 무엇을 위한 행사인지”

인천 중구가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개최한 ‘향토·특색 음식 경연대회’가 대표 음식점 발굴 등의 경연 취지는 사라진채 음식 나눠주기 행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 중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9월27일 4천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15개팀이 참여한 ‘제8회 향토·특색 음식 경연대회’를 열고 6개 팀을 우수 음식점으로 선정했다.

2012년부터 이어져온 행사는 지역 내 대표 음식점을 발굴해 관광 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8회째를 맞은 이번 경연은 목적은 사라지고,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인천자유공원에서 열린 이번 경연은 음식을 조리하기 위한 가스 버너 등 필요한 기구와 시설은 전혀 없었다.

참가자들에게는 위생복과 앞치마, 물티슈 등의 물품만 제공했을 뿐 경연에 필요한 도구 등의 지원은 전혀 없던 셈이다.

결국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음식을 만드는 형식의 경연은 포기하고 각자 미리 음식을 만들어 와 심사위원단과 구민들에게 나눠줬다.

일부는 조리도구 등을 직접 가져와 반조리상태의 음식을 완성하기도 했다.

경연 참가자들에 대한 지원이 전무했던 것은 경연 시설비에 쓰일 예산 대부분이 엉뚱한 곳에 쓰였기 때문이다.

구는 경연 시설비 예산 1천100만원을 현장에 참석한 700여명에게 비빔밥(700인분)과 짜장면(300인분)을 제공하는데 썼다.

반면 각 팀에는 재료비 등의 명목으로 평균 45만원, 총 675만원을 지급하는데 그쳤다.

재료비를 지급할 당시 구는 참가자들에게 100인분의 음식을 만들어오라고 요구해, 참가자 대부분이 실제 사용한 비용은 100만원이 넘는다.

경연에 참가한 A씨는 “하루 매출을 포기하고 경연대회에 참석했지만 정작 경연은 커녕 음식 기부 행사 수준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행사의 중심이어야 할 경연 참가자들은 들러리고 홍인성 중구청장 등 정치인들의 생색내기식 행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경연을 기대한 시민들의 눈초리도 곱지 않다.

B씨(63·도원동)는 “최근 TV프로그램에서 처럼 실제 요리 경연을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기대에 못 미쳤다”며 “굳이 혈세를 들여 의미없는 행사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 “야외에서 음식을 조리할수 없을 것 같다고 사전 설명회때 참가자들에게 공지했다”며 “내부 검토를 통해 행사의 취지와 질적인 부분을 내년에는 향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재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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