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진술에만 의존하게 될 8차 사건의 진실 / 경찰 조사에 외부 기관 참여 검토해야 한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화성 살인 8차 사건에 대해 “만약 잘못했다면 회복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8차 사건 당시 대상자의 진술과 수사기록, 수사했던 사람들 등을 하나하나 대조해 자백의 신빙성과 무엇이 실체적 진실인지 규명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8차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 의지를 밝힘과 동시에 경찰의 수사 오류에 대한 결단도 예고한 것이다.

여론의 흐름은 경찰에 유리하지 않다. 범인 유모씨가 했던 범행 부인의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여기엔 ‘힘없고 빽 없는’이라는 하소연도 있다. 여론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당시 재판 기록에서 불거지는 의혹들도 등장한다. 유력 증거였던 체모의 증거 능력이 일부 부정되고 있다. DNA와 달리 모발 중성자 분석법은 범인 특정의 효력이 없다는 의견이다. 유씨가 항소심에서 고문 자백을 호소했다는 기록도 등장했다.

경찰로써는 퇴로가 없다. 8차 사건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이춘재가 진술을 바꾸는 결론을 가정할 수 있다. ‘사실은 8차 사건은 내가 하지 않았다’고 번복하는 경우다. 이 경우 경찰의 부담은 덜어진다. 그렇지 않으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조사도 어렵지만, 더 고민해야 할 것이 결과에 대한 신뢰다. 국민이 경찰의 결론을 믿어주겠느냐는 점이다. ‘유씨가 범인 맞고, 강압수사는 없었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 더욱 그렇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조사 단계의 객관성 확보다. 과거 수사팀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경찰은 애초 과거 수사팀의 자문을 받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책임 있는 사람들의 자숙이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8차 사건 파문이 터졌다. 30년 전 수사팀 자문은 난센스다. 배제돼야 한다. 당시 검찰도 다를 바 없다. 유씨를 법정에 세우고 무기징역까지 이끌어낸 주체다. 당시 검찰 역시 사건 진상 규명에서는 조사 대상일 뿐이다.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이다. 이제 와서 누구를 처벌할 수도 없다. 오직, 과거에 억울한 피해자가 있었느냐를 걸러내는 조사다. 익히 봐왔던 과거사 진상 조사의 경우와 닮았다. 그래서 외부 기관의 보조적 참가를 검토할 만하다. 진상 조사에 이르는 과정에 외부의 눈이 함께 할 필요가 있다. 거추장스러울 수는 있다. 하지만, 결론을 국민 앞에 내놓는 순간-특히 그 결론이 이춘재 진술을 부정하는 경우-에는 더 없는 담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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