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홍수 작가의 개인전 <시간의 집, 그 길목>이 오는 21일까지 수원 행궁재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개인전은 경 작가의 7번째 개인전으로 지난 2017년 4월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열린 <비우고 그리고 채우다>에 이어 2년 만이다. 전시에서는 약 30여 점의 작품이 갤러리에서 관람객을 반긴다. 작품의 주 콘셉트는 나무판 위에 검정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내 조각칼로 미묘한 질감과 은은함을 안기는 형태다. 미묘한 질감과 은은함을 살려내는 원동력으로 ‘여백’이 지목된다. 그의 작품에서 여백은 하늘과 땅 등 주변의 자연적 배경으로 표현되며 조각칼로 계절과 주변 환경을 짐작할 수 있게 파낸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가로 39㎝, 세로 21㎝ 규모의 작품 ‘시간의 집 Ⅰ’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앙상한 나뭇가지와 하늘을 바라보는 승려의 모습을 담아 내 관람객의 감성을 적신다. 아울러 ‘見道’도 가로 44㎝, 세로 21㎝ 크기의 나무판 위에 시야 너머 멀리 보이는 지평선을 드러내 볼 거리를 선사한다.
경 작가는 작가 노트를 통해 “삶(生)의 본질은 공(空), 공(空)의 본질은 삶(生)”이라고 말한다. 삶이 실재와 허상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데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를 오가기 때문이다. 또 이를 짐 캐리 주연의 영화 <트루먼 쇼>(1998)에 비유하며 현실 세계가 자신의 경험과 인식의 틀에 맞춰 정교하게 재구성되고 잘 다듬어진 형태라며 깨닫는 과정에 비해 그리는 행위는 찰나에 불과했다고 담담히 말한다. 이에 실재와 허상의 경계에 있는 삶을 스케치하고 존재의 근원적 한계와 고뇌를 극복할 수 있도록 칠하고 작품을 촘촘히 깎고 덜어냈다고 표현했다.
그는 “어느덧 7번째 개인전을 열 수 있게 돼 감개무량하다”라며 “앞으로도 공백과 실존, 인식, 자연 등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을 오가는 요소들을 나무판 위 아크릴 물감으로 표현해 내겠다”라고 말했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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