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탈일본’ 외치는데… 귀닫은 정부

기업인 등 애로사항 취합
규제개선 4개 건의안 제출
중앙부처 “모두 수용 불가”

▲ 반도체 소재 사업체 현장 시찰 중인 이재명 지사와 이해찬 대표. 경기일보 DB

정부가 외국인 투자 유치에 대한 인센티브 일부를 폐지하면서 경기도가 ‘일본 무역 전쟁’ 극복에 어려움을 호소한(본보 8월 15일자 1면) 가운데 중앙 부처가 경기도민의 애로사항을 담은 규제 개선 건의안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고 경기도에 회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등 첨단 업종이 글로벌 경제 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정부는 ‘안전ㆍ원칙’만을 고수한 것이다.

9일 경기도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ㆍ고용노동부ㆍ환경부 등 중앙 부처와의 검토를 거쳐 경기도로부터 받은 ‘일본 수출 규제 대응 4가지 건의안’에 대한 답을 경기도 측에 전달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는 지난 7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가 불거지면서 도내 기업인, 투자 대상자 등을 대상으로 고충을 청취했다. 이에 주요 건의안을 정리, 8월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건의안 4가지는 ▲단지형 외국인투자지역 신규 지정요건 완화 ▲외투지역 내 공장 취득자를 외투기업으로 제한 ▲MSDS(물질 안전 보건 자료) 제출 문제 개선 ▲화학물질취급 관리체계 일원화ㆍ단순화 등이다.

우선 경기도는 신규 외투지역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법상 외투지역 기업 입주율이 80% 미만시 신규 지정을 제한받는데 경기도는 해당 입주율이 70% 미만이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도는 일반 산단 내 조성된 외투임대단지를 외투지역과 묶어서 입주율을 산정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그러나 산자부는 ‘무분별한 외투지역 지정을 막아야 한다’는 원칙만을 고수했다.

이어 외투기업이 폐업ㆍ파산시 경매로 넘어가면 외투기업 자격 요건을 못 갖춘 일반인이 참여하는 것을 정부가 적극 제한해달라고 제안했다. ‘알짜 외투기업’의 불참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지만 산자부는 현재 충분히 관리하고 있다면서 ‘수용 불가’로 답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를 비롯한 화학물질을 다루는 업체들이 수시로 MSDS를 작성ㆍ제출한 점을 토로했다. 고용부는 제출 자체는 면제를 검토 중이지만 작성 면제까지는 부적절하다고 전했다. 끝으로 산자부, 고용부, 환경부, 소방방재청 등 여러 부처에서 화학물질취급을 관리해 인ㆍ허가 절차가 ‘하세월’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규제 개선 필요성만 공감할 뿐이었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민 의견을 취합한 건의안인데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물론 공공 영역인 경기도에서 안전과 얽힌 사안을 강하게 주장할 수는 없지만 지역경제와 직결된 외투 문제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해당 부처에서 한 달여간 숙고 끝에 수용불가 혹은 중장기 검토 등의 결정을 내렸다”며 “대신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해 경기도와 다른 규제 개선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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