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수동 고향인 최순애 작사가 어린 시절의 추억 그림에 담아
100m 벽 생기 넘치는 공간 변신 관광객 발길… 상권 활성화 기대
뜸뿍뜸뿍 뜸뿍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재/….
국민동요 ‘오빠 생각’은 작사가 최순애(1914~1998)가 수원 북수동 일대에서 살던 어린 시절 오빠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지은 시다. 최순애는 12살이던 1925년 친오빠 최영주를 그리는 동시 ‘오빠 생각’을 써 잡지 <어린이>에 투고해 입선했다. 작곡가 박태준이 5년 후 곡을 붙여 만든 게 지금까지 사랑받는 동요 ‘오빠 생각’이다.
낡은 북수동 벽화골목이 국민 동요 ‘오빠 생각’을 배경으로 한 벽화로 새 옷을 갈아입었다. 골목이 활성화되고 새로운 관광명소는 물론 주민들의 삶에도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을지 기대를 모은다.
15일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86번길에 이르자 골목 100여m의 벽이 정겨움 넘치는 그림으로 가득했다. 밤엔 주민들도 마음 놓고 지나가기 어려웠던 골목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따뜻한 색감이 물결 쳤다. 거미줄 치듯 벽면에 붙은 낡은 도시가스 배관엔 음표가 그려졌다. 폐업한 지 오래된 상점의 벽, 여관의 낡은 벽과 오래된 집의 녹슨 철문엔 해바라기와 옛 마을의 그림이 메워졌다. ‘북수동 벽화골목 보수사업’이 마무리 된 이날 골목 일대는 따스하고 생기 넘치는 공간으로 변신해 있었다.
수원 북수동은 최순애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 유년기를 보냈던 장소이자, ‘고향의 봄’으로 유명한 그의 남편 이원수 작사가와 데이트를 즐겼던 곳이다. 여러 기록과 후손들의 회고로 화홍문과 장안문 등 곳곳에서 최순애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
작업을 한 김영수 작가와 행궁동 주민센터는 미적 아름다움보다는 북수동의 이야기를 담고, 주민들과 관광객이 만족해 살아숨쉬는 골목으로 탄생시키는 데 집중했다.
새로운 이야기를 입은 벽화는 주민은 물론 마을 분위기도 바꾸고 있다. 북수동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김재화씨(45)는 “바로 옆에 화홍문 등 동네가 수원의 대표적인 관광지이지만, 오래된 거리이다 보니 방치된 느낌이었는데, 관광객들이 지나가며 사진도 찍고 분위기도 밝아져 상권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벽화골목 준공을 기념하기 위한 음악회도 16일 오후 5시 팔달구 정조로 886번길 일대에서 열려 최순애와 북수동의 이야기를 널리 알린다.
작업을 한 김영수 벽화작가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아름다운 동요 오빠 생각의 배경이 수원 북수동이라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아 이를 스토리텔링 해 북수동의 이야기를 더욱 부각시키고, 주민과 관광객들이 사랑하는 동네로 만들고 싶었다”며 “골목을 변화시키고자 벽화 작업을 주변으로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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