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꿈을 가지라고? 꿈을 꿀 거리가 없는데…

지방의 모 국립대학 캠퍼스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00과 졸업생 김00, 박00 등이 9급 지방직 공무원에 합격했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것이다.

과거 본교 몇 회 졸업생 또는 졸업반 누가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든지, 육군 소장으로 승진했다든지 하는 플래카드는 더러 보았으나 말단 9급 시험에 합격한 것 까지 ‘경축’이라며 과시하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정말 ‘경축’이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자랑할 만하다. 그만큼 공무원 되기가 너무도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젊은이들 가운데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100만 명 정도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40만 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소위 ‘공시생’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의 뜻) 이 그것. 신설된 국가직 9급 일반 행정 경찰청 모집에서 344명을 선발하는데 1만 5천894명의 인원이 몰렸다. 46.2대 1을 기록했으니 그야말로 바늘구멍이다.

지방공무원이건 세무직이건 앞에 ‘공무원’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응시생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서울에만 이런 공무원 응시생들을 위한 고시촌이 4곳이나 된다는 사실이 우리 젊은이들의 혹독한 취업 현실을 웅변해 준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점심때에 목에 신분증을 걸고 밖으로 나올 때 사람들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젊은이들이 공무원에 집착하는 것인가? 무엇보다 신분보장이다. 60세까지 보장된 직장이 공무원 말고는 찾기 어렵다. 인생을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서 사느니 돈은 적더라도 안정된 삶을 영위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고 월급이 적은 것도 아니다. 2017년 국세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 직장인의 연봉이 평균 3천519만원이었는데 비해 공무원의 평균 연봉은 6천120만원이나 되었다. 얼핏 9급 공무원은 월 159만 원밖에 안되지만, 상여금, 가족수당, 주택수당, 특근수당 간은 것을 합치면 월급봉투가 두툼할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정부는 2020년 2.8% 급여 인상을 계획하고 있으니 9급이면 어떻고 7급이면 어떻겠는가?

하지만, 이렇게 바늘구멍 같은 공무원 취업문을 통과하는 젊은이가 과연 몇 %나 될까? 아예 공무원 시험장 문턱에도 못 가고 하늘만 쳐다보는 젊은이들은 얼마나 많은가? 취업박람회만 열리면 구름떼처럼 몰려드는 젊은이들, 그 일자리를 찾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헤매는 모습은 너무 황량하다.

그런데도 정치 지도자들은 젊은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한다. 도대체 꿈꿀 건더기가 있어야 꿈을 꿀 것 아닌가. 이것이 오늘 꿈을 가져야 할 우리 젊은이들이 꿈을 갖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지난 1일 경남 김해에서 30대 젊은 가장이 경제난으로 고통을 겪다가 처자식을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택했으나 살아났다. 이 뉴스를 보면서 또 한 번 우리 젊은이들이 안은 아픈 현실을 실감했다. 이렇게 삶이 팍팍한데 어떻게 아이를 낳으라고, 결혼하라고 강요할 수 있겠는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아무리 세금을 쏟아 부어도 자꾸만 인구가 감소하는 이유를 정치인들은 뼈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정치판이 이래서는 더욱 심각한 사태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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