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로 되는 ‘스마트 기술’ 시각장애인만 ‘못쓰는 기술’

음식점·휴게소 등 무인단말기 느는데 대부분 터치스크린 방식
점자·음성안내 등 접근성 부족… 전문가 “표준모델 마련 절실”

“주문하려고 무인단말기를 이용했는데, 사용할 수도 없고…시각장애인은 과거에 머물러 사는 거 같아요”

시각장애인 A씨의 경험담이다. A씨는 수원 권선구의 한 음식점에서 주문하려고 무인단말기 화면을 한참 더듬거렸다. 그 사이 다른 손님은 무인단말기를 통해 1분 만에 음식을 주문했다. 그러나 A씨에게 음성 안내가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무인단말기는 유리로 된 ‘벽’이었다. 뒤늦게 직원이 다가와 말로 메뉴를 설명해 주문할 수 있었다.

무인단말기가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을 편리하게 하는 기술이 나날이 발전할수록 시각장애인에겐 오히려 ‘불편함’이 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도내 여러 업소에 설치된 무인단말기를 살펴보니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았다. 음성인식 기능이 장착해도 ‘환영 인사’와 ‘결제 안내’ 정도였고 물리적 버튼은 대부분 없었다. 도내 한 휴게소 푸드코트는 점원들이 주문을 받지 않고 음식만 내놓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주문은 매장 한편을 차지한 무인단말기를 이용해야 한다. 단말기에 키패드 등 물리적 버튼과 점자 표시는 따로 없었다. 별도로 ‘장애인’ 표시가 있었지만, 터치 스크린 안에 있는 버튼으로 시각장애인은 그런 표시가 있는지 알 수 조차 없었다.

전문가들은 무인단말기에 음성안내, 점자 키패드 기술의 탑재를 기본요건으로 두도록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관련 업계에 따르면 터치스크린 방식 무인단말기라 해도 이어폰을 이용한 음성 안내나 점자 키패드, 사용자가 화면의 어느 항목에 손을 댔는지를 진동 등 자극으로 알려주는 기술도 이미 개발돼 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무인단말기는 장애인을 위한 표준화가 안 돼 있을 뿐이지 업체들이 만드는 형태만 수천 가지에 달한다”며 “정부가 나서 의견수렴을 통해 장애인 접근성을 갖춘 표준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최근 시각장애인의 무인단말기 이용 등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을 지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연합회는 성명서에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가 모바일 앱ㆍ무인단말기의 장애인 이용에 대한 정부 대책 마련 요구했으나 1년이 지난 현재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내용의 지적이 반복됐다”고 밝혔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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