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금으로는 전세임대주택을 구할 수 없는데다 공공임대주택의 시설이 열악해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 아파요.”
조수영씨(42ㆍ가명)는 딸 지재영 양(12ㆍ가명)과 자녀 3명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현재 조씨는 남편을 비롯해 가족 6명과 방 2개에 42.9㎡(약 13평) 규모의 반지하 민간임대주택에서 살고 있다. 벽지에 곰팡이가 스며들었음은 물론 전반적으로 면적, 구조, 환경 면에서 모두 기준 미달인 환경이다. 정부가 취약계층을 위해 지원하고 있는 공공주택은 영구임대주택, 매입임대주택, 전세임대주택 세 가지 형태다. 42.6㎡ 이하인 영구임대주택은 자녀 보유 가정의 경우 비좁아 거주가 어렵고 매입임대주택은 현재 살고 있는 생활권 안에서 구하기 쉽지 않아 학령기 아동이 있는 가구는 전세임대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전세임대주택은 수도권 기준 청년 또는 신혼부부전세임대 지원한도액이 1억 2천만 원이나 자녀 보유 가정이 신청할 수 있는 지원 한도는 9천만 원에 불과하다. 오히려 가구 수에 따라 많은 방이 필요한 아동가구가 받을 수 있는 지원 금액이 더 적은 실정이다. 게다가 청년이나 신혼부부전세임대는 수시지원인 반면 기존전세임대는 연중 1회 신청할 수 있어 입주가 더욱 어렵다. 최근 변경된 LH의 취약계층주거지원사업을 살펴보면 반지하나 옥탑이나 면적 미달인 경우에는 혜택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조씨는 “월 소득이 평균 200만 원이라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아니라 전세임대 대상에서 2순위로 밀려났다”며 “현재 식비, 학비, 병원비 등을 지출하고 나면 주거비로 쓸 돈이 없어 주거빈곤의 애로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숨 쉬며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가 도내 시군과 함께 주거빈곤 위기 아동 구제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20일 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 주거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지원대상아동도 주거지원 필요 계층으로 포함됐다. 이어 지난 7월에는 취약계층주거지원대책 등을 통해 아동을 별도의 정책대상으로 여기는 주거 정책이 점차 마련되고 있으며 이달 말에는 ‘아동주거빈곤가구 및 비주택가구 등을 위한 지원방안 2.0’ 정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그 첫 사례로 최근 서울은 지자체 최초로 최저주거기준미달 주거환경에 처해있는 아동 빈곤가구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도내 지자체 중에서는 시흥이 올해 전국 최초로 아동주거급여제도를 마련해 아동주거빈곤가구의 주거 상향과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포천도 지역 내 취약계층 현황을 면밀히 조사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주거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주거기본조례’ 마련을 위해 시의원들과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함께 뜻을 같이하고 있는 연제창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아동주거빈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포천시 조례연구회 논의를 통해 올해 안으로 포천시주거기본조례안을 발의 할 계획”이라며 “포천이 경기북부 아동주거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길잡이가 되고싶다”고 말했다.
재단 등 아동주거문제 관련 전문가들은 “고령자, 신혼부부, 청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던 ‘아동주거빈곤가구’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변화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실”이라면서 “집은 아동의 건강한 발달에 필수적인 요소이고, 성장기의 경험은 전 생애에 영향을 미친다. 아동이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때”라고 강조했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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