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탐색의 길라잡이 ‘경기꿈의대학’

돈으로도 살 수 없는 2천352개 알찬 수업… 미래의 꿈 영근다

동남보건대학교 ‘다양한 간호사의 길’ 꿈의대학 오리엔테이션에서 박미희 강사가 간호사 34년 인생에 대한 강의 후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동남보건대학교 ‘다양한 간호사의 길’ 꿈의대학 오리엔테이션에서 박미희 강사가 간호사 34년 인생에 대한 강의 후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경기도 학생들의 ‘진로 탐색의 길라잡이’로 통하는 경기꿈의대학 2019학년도 2학기 수업이 한창이다. 경기꿈의대학은 올해 학생들이 대학ㆍ기관을 직접 방문해 수강하는 방문형 1천214개와 대학ㆍ기관의 강사가 지역 지정 시설로 찾아가는 거점형 1천138개로 총 2천352개 강좌를 개설했다. 모든 강좌는 무료수강이라 학생들이 돈 걱정없이 진로 탐색의 시간을 갖고 평소 학교 교육과정에서 접하기 힘든 분야의 강좌로 진행돼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특히 2학기 개설강좌는 95개 대학과 22개 공공ㆍ전문기관 등 총 117개 기관과 협력해 운영하는데 삼성전자,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우석헌자연사박물관, 신구대학교 운영강좌가 새롭게 신설됐다. 2019년 4만8천여 명의 학생들이 경기꿈의대학에서 진로를 찾아, 꿈을 찾아 다양한 수업을 듣고 있는 가운데 학생 4명의 수업후기를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 주

동국대 ‘마음의 단상 현대인의 심리와 문화’

막연한 진로 고민 해결… ‘임상심리사’ 새로운 꿈 꿔

경기꿈의대학을 수강하기 전에 나는 방황하고 있었다. 나의 꿈이 무엇인지,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과연 심리학이 맞는지 정말 의문이 많은 시기였다. 이러한 시기에 나는 경기꿈의대학에 대한 소식을 담임 선생님께 듣게 됐다.

혼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꿈의대학에서 교수님께 배울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나의 진로를 구체화하고 싶었다. 내가 수강한 꿈의대학은 ‘마음의 단상 현대인의 심리와 문화‘라는 동국대에서 열린 꿈의대학이다. 주로 영화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다양하게 공부했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를 보고 사이코패스의 심리를 공부하는 것과 같이 정말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수많은 인물의 심리를 분석하며 심리학을 배웠다. 그중에서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제는 다름 아닌 ‘엄마’와 ‘다중인격’이다.

엄마를 주제로 심리학 공부를 했을 때는 영화 ‘The hours’에서 주인공인 엄마를 분석했다. 그 영화에서는 중년 여성의 우울함, 흔히 말해 갱년기에 따른 심리변화를 구체적으로 배웠다. 다음으로 ‘다중인격’을 배우기 위해 참고한 매체는 다중인격 남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 ‘아이덴티티’와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이다. 다중인격에 대해 배우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다중인격 환자의 90% 이상이 어린 시절에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것이다. 이를 배우면서 수많은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꿈의대학을 수강한 이후에 나는 임상심리사라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지금은 그 꿈을 위해서 ‘병원의 다양한 의료 서비스의 이해’라는 꿈의 대학을 수강하고 있다. 앞으로도 내 관심 분야와 관련된 꿈의대학을 많이 수강할 예정이다. 경기꿈의대학은 내게 꿈에 나아가도록 정말 많이 도와주었다.

조현경(고양 저현고 1)

 

23일 오후 수원 효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사물인터넷(IOT)에 대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삼성전자 직원의 강의를 듣고있다. 윤원규기자
23일 오후 수원 효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사물인터넷(IOT)에 대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삼성전자 직원의 강의를 듣고있다. 윤원규기자

강남대 ‘예비교사를 위한 교육학 안내’

친구들에 수업 시연… 다양한 교수 학습방법 체험

나의 진로는 교사인데 내가 교육에 관심이 있는 건지 아이들에게 관심이 있는 건지 알아보고 싶어서 교육학 수업인 ‘예비교사를 위한 교육학 안내’를 듣게 됐다.

첫날 수업을 받았을 때 교수님께서 숙제를 내주셨다. 자신이 교사가 되려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나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음만 있으면 교사를 할 수 있을까?’, ‘어떤 교사가 되어야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난 왜 교사를 꿈꿨을까?’ 등 많은 생각을 했다. 첫 수업 시간은 나의 진로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고, 함께 수업을 받는 친구들과 그 생각들을 나눴다. 수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수업방식이 강의법과 문답법 말고도 토의법과 문제해결학습 등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이 있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두드림(무학년제 진로 탐구 활동)과 동아리(멘토스 교육 연구 동아리) 시간에 직접 친구들에게 알려주며 수업 시연을 해봄으로써 새로운 방식들의 장ㆍ단점을 파악해 나만의 수업 방식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꿈의대학이 좋았던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우리 학교 친구들과는 쉽게 나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다른 학교 친구들과는 편하게 나눌 수 있었다는 것과 교육관련 학과 진학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대입에 관한 정보 공유도 가능했다는 점이다. 이수를 하고 나니 나름 성장한 기분이 들었다. 꿈의대학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진 것만 해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귀중한 수업이 됐다. 나는 강의를 통해 ‘유치원 교사’로 꿈을 정하게 됐고,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보다는 아이가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꿈의대학처럼 말이다.

한윤진(용인 고림고 2)

 

거점형 ‘건강과 질병의 사회학’

나의 꿈 ‘호스피스 간호사’ 구체적인 설계 큰 도움

내 꿈은 죽음을 앞둔 환자를 돕는 호스피스 간호사다. 누군가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해주고 싶기에 나에겐 매력적으로 다가온 직업이었다.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운 의학 용어들로 가득 찬 인터넷 강의나 정보들을 두들기며 꿈이라는 것이 멀게만 느껴졌고 과연 내가 옳게 가고 있는 것이 맞나하는 의구심도 사실 들었다. 그러던 중 경기꿈의대학에서 ‘건강과 질병의 사회학’ 강좌를 듣게 됐고, 이곳이라면 막연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나의 꿈에 한 발자욱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마지막으로 교수님의 ‘죽음을 앞둔 환자들은 자신의 모든 것 모든 이들을 두고 담담히 떠나야만 한다’라는 말씀이었다. 우리는 소중한 물건 하나라도 잃어버리는 것에도 예민하게 굴지만 환자들은 모든 것을 두고 떠난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얼마나 외로운지 가늠이 안 되고 덤덤하다는 것은 고통이 무뎌졌다는 뜻이기에 생각을 하면 할수록 스스로 숙연해지는 말이었다.

경기꿈의대학은 인터넷만 두드리면 나오는 건조한 단순 지식 너머의 세상을 저에게 보여주었다. 나의 꿈과 관련된 강의를 가까운 곳에서 들을수 있다는 물리적·심리적 지원 말고도 많은 학생들이 원하는 관심분야가 다양한 요일에 걸쳐 이뤄지고 있어서 자신이 편한 요일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는 점과 시험기간 등 학교교육과정을 고려한 학생에게 맞춘 교육과정 운영으로 부담감과 걱정 없이 신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또래의 학생들을 보며 나도 열정으로 가득 해지는 시간이었다. 꿈이 없어 걱정인 학생도, 꿈이 있지만 선뜻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연한 학생도 자신의 꿈과 끼를 연결지어 학교에서 하는 공부가 더 의미있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꿈의대학을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고은경(구리 토평고 1)

 

중부대학교 ‘심리학 뇌과학을 만나다’ 강좌에서 학생들이 긍정 자기소개 및 감정찾기 실습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중부대학교 ‘심리학 뇌과학을 만나다’ 강좌에서 학생들이 긍정 자기소개 및 감정찾기 실습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신한대 ‘4차 산업 혁명과 차세대 유전자’

생명공학·윤리 머리에 쏙쏙… 인류 위한 과학자될 것

의학 계열의 진로를 희망하고 있었기에 한 뉴스를 보고 나서 생명 공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중국의 과학자 허젠쿠이(賀建奎)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HIV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있는 쌍둥이 여자아이를 탄생시켰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 과학자가 유전자 조작을 어떻게 했는지가 궁금했고, 유전자 가위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됐다. 도대체 유전자라고 함은 무엇이며, 어떻게 유전자를 조작하는지가 궁금해 이와 관련된 책을 읽어보고, 인터넷으로도 조사해봤지만, 너무 이론적이고 딱딱한 내용뿐이라서 큰 도움이 되진 않았다. 담임 선생님을 통해 경기 꿈의대학이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됐고, 궁금증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강좌인 ‘4차 산업 혁명과 차세대 유전자’를 선택했다.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강의는 DNA추출 실험이었다. DNA를 추출하는 것이 잘 될까하는 우려를 했으면서도 단지 교과서나 이미지로만 본 DNA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실험에 진지하게 참여했다. DNA가 들어있는 용액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정교함과 섬세함을 요구했기 때문에 실험은 약간 어려웠다. 하지만 이렇게 한계를 시험하고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실험을 하는 것이 좋았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의 영향은 인류의 다양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인류는 미셸 바나나 또는 캐번디시 바나나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지도 모르기에 유전자 편집 기술은 불치병이나 난치병 환자에게 사용돼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 강의를 통해 나의 진로의 방향을 정하는데 도움을 됐고, 특히 생명윤리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게 됐다. 앞으로 생명공학 계열의 진로를 가지게 됐을 때 항상 생명윤리에 대해 자각하고 인류를 위한 학자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김영훈(의정부 호원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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