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 일류 도시 인천] 수도권매립지 종료 ‘카운트 다운’… 맞춤형 ‘그린정책’

지난 5월 20일 일본 요코하마시 가나자와 소각장에서 박남춘 인천시장 등 방문단이 소각장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인천시 제공
지난 5월 20일 일본 요코하마시 가나자와 소각장에서 박남춘 인천시장 등 방문단이 소각장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인천시 제공

난지도 매립장이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로 탈바꿈 할 동안 인천 서구에는 수도권매립지가 자리했다. 지난 1989년 첫 매립을 시작한 수도권매립지는 오는 2025년을 끝으로 기능을 다 할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 2015년 환경부·인천시·서울시·경기도의 4자 합의상 ‘대체부지 확보에 실패하면 잔여부지의 최대 15% 범위 내에서 사용한다’라는 단서조항에 따라 2025년 수도권매립지 폐쇄는 한 치 앞을 바라볼 수 없다.

이에 인천시는 환경부 주도의 대체부지 공모와, 발생지 처리 원칙에 다른 자체매립지 조성을 투트랙으로 꼬여 있는 수도권매립지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은 첫 걸음에 불과하다. 시는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과 함께 소각장, 자원 분류 시설 등 인천 전체의 자원 순환 정책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 한다.

■ 환경부 주도의 대체매립지 공모 압박

시의 대체부지 확보를 위한 마스터 키는 서울시·경기도 등 수도권 3개 시·도가 공조해 환경부가 주도적으로 대체부지를 공모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3개 시·도 주도로 대체부지 조성에 나서면 각 시·도 간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갈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앞서 시가 지난 2018년부터 추진한 대체매립지 조성 연구용역도 3개 시·도의 이해관계가 달라 연구 결과를 공개조차 못 하고 있다. 또 시는 수도권매립지 조성이 1987년 환경부(당시 환경청)의 계획 수립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현재 수도권매립지의 관리·운영을 맡는 곳도 환경부다.

이에 시는 지난 4월부터 서울시와 경기도의 부시장 등과 만나 대체부지 조성을 위해 공동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3개 시·도는 환경부 주도의 대체부지 공모 등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난 6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정책건의문을 조명래 환경부장관에게 공동 제출했다.

환경부 주도의 대체매립지 공모 외에도 대체부지가 들어설 지역에 약 대규모 인센티브 제공, 법제화 등을 통한 자연 친화적 폐기물 관리 정책 추진도 3개 시·도 주장하는 내용이다. 시는 전체 사업비의 20%인 2천500억원의 특별지원금을 요청하고 있다. 이미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시설도 특별법을 제정해 3천억원의 특별지원금을 지급하는 선례도 있다.

지난 9월 30일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공감회의실에서 ‘자원순환 선진화 및 친환경 자체매립지 조성연구용역 착수보고회’가 열리고 있다. 인천시 제공
지난 9월 30일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공감회의실에서 ‘자원순환 선진화 및 친환경 자체매립지 조성연구용역 착수보고회’가 열리고 있다. 인천시 제공

자연 친화적 폐기물 관리 정책 추진은 4자 합의 내용이 대부분 지켜지지 않는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4자는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량을 감축하기로 했지만, 오히려 증가 추세다. 2015년 366만t이던 폐기물 반입량은 2018년 약 2.5% 증가했다. 특히 생활폐기물은 2015년의 62만t에서 2018년 77만t으로 약 4% 늘었다.

하지만 환경부가 여전히 대체부지 공모 전면에 나서는 것을 꺼리고 있어 이 같은 시의 방식이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는 11월 7일로 잠정 날짜가 잡힌 해안매립지 실무조정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할 방침이다. 또 환경부가 3개 시·도가 제시한 50% 이상의 재정 지원에 난색인 것도 문제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대체부지 공모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환경부가 공모를 주도하고,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재정을 지원해 대체부지 지역의 주민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 발생주의원칙에 따른 자체매립지 조성

지방자치단체는 담당 구역 폐기물의 배출 및 처리상황을 파악해 폐기물을 적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운영해야 한다. 이는 폐기물관리법 4조가 정한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이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시는 자체매립지 조성에 들어갔다. 앞서 시는 서울시·경기도·환경부와 지난 2015년 6월 4자 합의에 따른 공동 대체매립지 조성을 추진했으나, 기관 간 입장 차이로 추진에 난항을 겪으면서 인천만의 자체매립지 조성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 7월 25일 ‘인천 자체매립지 조성의 필요성 및 추진방안’을 주제로 해법을 찾기 위한 토론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시는 자체매립지 선결과제와 해결방안, 시민·기초지자체와의 공감대 형성 및 협치 방안, 입지지역 주민과의 갈등 해결 최소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 지난 1일 자체매립지 조성에 따른 공공갈등을 억제하려 공론화위원회에 관련 안건을 상정했고, 14일 박 시장과 인천의 군수·구청장 10명이 친환경 자체매립지 조성 등을 위한 공동합의를 했다.

현재 시는 자체매립지 조성을 위한 로드맵을 구축한 상태로, 오는 2025년 11월 사용개시 신고 절차까지 로드맵에 맞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천시 서구 수도권 제2매립지에서 쓰레기 매립이 한창이다. 경기일보DB
인천시 서구 수도권 제2매립지에서 쓰레기 매립이 한창이다. 경기일보DB

■ 자체매립지 조성을 위한 민주적 숙의과정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른 자체매립지 조성은 지역사회와 시민의 공감대가 중요하다. 정상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주민 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1일 ‘친환경 폐기물 관리정책으로의 전환과 자체매립지 조성에 대한 공론화’ 안건을 의결했다. 공론화위는 오는 2020년 4월 공론화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또 공론화위는 공론화 추진의 효율성을 높이려 오는 11월까지 4명의 공론화위원이 모인 ‘(가칭)친환경 폐기물 관리정책으로의 전환과 자체매립지 조성에 대한 공론화 준비위원회’를 구성한다. 준비위는 공론화 안건과 방식 등 공론화 모델에 대한 기초 설계를 하고, 공론화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한다.

이후 추진위는 최장 150일간 본격적인 공론화를 추진한다. 이에 대한 결과는 시가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비록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문 역할이지만, 사실상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이다. 시민들이 함께 고민해 끌어낸 결론이기 때문이다. 시는 공론화 결과를 현재 추진 중인 ‘자원순환 선진화 및 친환경 자체매립지 조성 용역’에 반영한다.

■ 공동체 공전 등을 위한 자원순환정책 선진화

시는 청라소각장 현대화 사업을 통해 자원순환정책 선진화를 이뤄낼 방침이다. 소각장 현대화와 함께 자원순환율의 향상과 배출량 감축을 위한 폐기물정책의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추진 중인 소각장 현대화 타당성 용역은 노후화로 인한 처리량 감소에 대비한 설비확충을 위한 것”이라며 “증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전했다.

즉 이 소각장 현대화가 청라만의 지역문제가 아닌, 수도권매립지를 비롯한 시의 자원순환정책에 대한 문제라는 것이다.

앞서 시는 지난 10월2일 오는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와 시 자원순환정책 대전환을 위한 추진사항 등의 내용을 담은 시장 명의의 편지를 서구 청라국제도시 43천여 명의 세대주에게 발송하고, 시민의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시는 폐기물 발생지 처리원칙에 따라, 각 지역이 자체적으로 폐기물 처리와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별로 공평하게 부담하도록 할 방침이다. 폐기물 발생부터 분리·배출, 수집·운반, 재활용·소각, 최종 매립에 이르기까지 폐기물 관리체계를 탄탄하게 개선할 예정이다.

또 재활용처리시설의 현대화는 물론 폐기물 소각시에 발생하는 배출물질 최소화를 위한 친환경 첨단 소각시설 건설 등도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소각장 현대화 타당성 용역을 통해 소각장 관련 정책 방향을 정하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이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일본 요코하마시 토츠카 자원선별센터. 인천시 제공
일본 요코하마시 토츠카 자원선별센터. 인천시 제공

■ 생활쓰레기 매립 제로화 추진

박 시장은 지난 5월 시의원·공무원·전문가 등과 함께 일본 요코하마와 오사카에 있는 재활용 선별시설, 폐기물 처리시설 등을 방문 시찰했다. 인천에 맞는 폐기물 감량, 순환이용과 적정한 처분시설 확충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앞서 일본은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자원순환 사회’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요코하마시는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높이는 자원순환 정책과 함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생활쓰레기 줄이기와 분리수거 캠페인을 적극 펼쳐, 2004년부터 쓰레기 발생량을 꾸준히 줄여오고 있다.

박 시장 등은 요코하마시에서 운영 중인 가나자와 소각시설, 미나미모토마키 최종처분장, 토츠카 자원선별센터와 오사카시에서 운영 중인 마이시마 소각시설 등을 찾아 폐기물 반입, 재활용 선별·분리, 처리과정을 꼼꼼히 둘러봤다.

특히 환경기초시설 설치 및 운영과정 중 지역주민과의 갈등문제 해결 방식, 신기술 도입 등 운영기술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파악했다. 마이시마 소각장은 계획 수립 당시 주민들에게 더럽고 냄새 나는 소각장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세계적인 환경 건축가가 설계해 인공섬 전체를 녹색으로 덮고, 소각장 또한 조형물에 버금가는 외관을 갖춰 현재는 많은 방문객이 견학하러 찾는 명소다.

김민·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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