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이씨 가문의 역사와 삶… <선조들의 삶 우리들의 삶>

이기담 신작… 집안 넘어 각기 다른 시대 관통하는 삶 생생히 담아

공의 아호(兒號)로 명명한 봉계당 전경.
공의 아호(兒號)로 명명한 봉계당 전경.

<소설 광해군>, <선덕여왕> 등을 펴낸 작가 이기담이 신작을 냈다. 숨겨진 역사와 역사를 이룬 다양한 인간상에 주목해 온 작가답게 역사 속 선조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기록집 <선조들의 삶 우리들의 삶>(바이북스 刊)이다. 이번엔 우리 역사의 한 축을 이룬 용인 이씨 선조들의 역사와 해방 전후 현대사를 살아온 그 후손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책은 용인 이씨 14세 중시조 구성부원군 이중인(1313-미상)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1392년 여름, 고려에 대한 충심과 명예로 죽음을 선택하려는 이중인과 아버지의 죽음을 말리는 효심 지극한 사영, 사위, 사이 세 아들의 절박함이 담겼다. 이후 그의 아들 이사영과 손자 이백찬까지 시대에 맞서 충절의 삶을 지낸다. 이백찬이 세상을 뜨고 6년이 지나 그의 아들 이승충은 세조 거세에 참여해 조선에서 벼슬에 오른다. 이후 고려 말과 조선의 역사를 지나 구한말 혼미한 나라의 정세를 보며 큰 고통을 느꼈을 이응현의 세 아들 이원렴, 이원영, 이원달까지…. 용인 이씨들의 삶을 다루며 굴곡과 기개, 나라에 대한 충정 등을 고스란히 들여다본다.

한 사람 한 사람 삶의 기록은 문중의 역사가 되고, 곧 나라의 역사를 이루기 때문일까. 책은 용인이 씨의 변천사를 충실히 기록하면서도 집안 이야기를 넘어 각기 다른 시대를 관통하는 저마다 삶을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40세(世)라는 긴 세월을 이어오는 동안 한민족이 일궈낸 고려와 조선, 구한말과 대한민국의 변화도 엿볼 수 있다. 걸출한 선조들의 일대기와 해방 이후 1980년대까지 나무를 해다 팔고, 나물을 뜯어 삶아 먹으며 빈한했던 시기를 가까스로 이겨낸 후손들의 삶의 이력도 고스란히 옮겨졌다.

시조 이길권이 880년에 태어나면서 시작한 용인이 씨의 시간은 1천130여 년에 이른다. 이 책은 사라져버린 옛 모습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종목 용인 이씨 신봉리 참의공파 종회 회장은 “드러나지 않은 선조들의 삶을 찾아내 선양하고, 기록되지 않은 삶을 찾아 기록하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한데 이 책은 이런 노력의 하나”라며 “조상 대대로 살아온 신봉의 터전이 도시개발로 옛 모습을 잃어버리면서 그리움과 아쉬움이 컸다. 이에 전해 들은 조상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신봉에서 살아온 삶을 기록해 남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책에는 묘비와 사관의 기록, 그 시대상을 알 수 있는 역사적 기록은 물론 근현대사를 살아온 이씨 선조들의 부장품, 시대 변화상을 알 수 있는 사진 등도 실려 있어 이해를 높이고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역사의 변혁을 이끌며 살아온 선조들의 삶은 물론, 한 성씨의 변화과정을 읽을 수 있는 자료로도 유용하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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