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늪’에 빠진 경기도 청년… ‘정신건강’ 빨간불

작년 20대 우울증 환자 2만2천여명… 5년새 ‘두배’ 급증
타 연령층 대비 압도적… 취업·대인관계 스트레스 등 원인

경기도 소재 4년제 대학 졸업 후 수년째 공무원 시험에 매달려온 A씨(28)는 밤이 돼도 잠이 오지 않아 뜬눈으로 지새우기 일쑤다. 우울증 증상 탓이다. 지인들의 취업 소식이 하나 둘 들려올 때마다 증상은 심각해진다. 그는 “나락으로 빠지다 못해 올라갈 수 없는 깊은 웅덩이에 빠진 것 같다”며 “‘패배자’가 됐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아 밤에 못 자고 낮에 졸곤 한다”고 한 상담가에게 털어놨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도내 청년들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20대 우울증 환자가 5년 사이 2배나 증가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한 ‘2013~2018년 경기지역 성별ㆍ연령별 우울증 환자 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20대 우울증 환자는 2만2천721명으로 2013년(1만1천403명)보다 2배 늘었다. 이 같은 20대 우울증 환자 증가율은 99%로 같은 기간 10대(66%), 30대(26%), 40대(16%), 50대(10%)를 압도, 타 연령층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3년에는 50대 우울증 환자 수가 2만6천315명으로 20대보다 1만4천912명 많이 집계되는 등 세대 간 큰 차이를 보였지만, 5년이 흐른 2018년에는 20대 환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50대 환자 수(2만9천7명)와의 차이를 6천286명으로 좁혔다.

과거에는 중ㆍ노년층의 우울증이 사회적 문제점으로 대두된 반면, 현재는 그 문제점이 청년 우울증으로 옮겨져 왔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실제로 도내 정신건강상담센터를 찾는 청년들도 늘었다. 도내 한 사립대학 상담센터 관계자는 “상담사 인력을 늘렸음에도 상담센터를 찾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 상담을 받으려면 최소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년이나 노년은 신체 질환, 통증 등 노화로 인한 ‘호르몬 변화’ 요인들이 우울증의 원인이 됐지만 청년들은 이보다 ‘상황적인 요인’이 많다고 진단했다. 특히 취업, 대인관계 스트레스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상민 교수는 “취업 문제와 이와 함께 이어지는 경제적 어려움, 대인관계에서 오는 외로움 등이 청년 우울증 급증의 주원인”이라며 “기본적으로 충분한 휴식과 안정으로 회복하는 것과 학교ㆍ직장 등 상담센터 등을 활용하는 것이 우울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해령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