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는 일본에 휘둘리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까지 그렇다. 10월 1일부터 25일까지 수출물량은 2천557.2t이다. 지난해 같은 달(2천204.4t)에 비해 16.0% 늘었다. 이로써 반도체 수출 물량은 7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것도 매달 두자릿수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8월은 일본의 경제 보복이 시작됐고, 9월부터는 부품 소재 수출 규제가 시행됐다. 그럼에도, 이 시기의 반도체 수출이 보란 듯이 증가해온 것이다.
수출물량이 늘어나면서 생산도 꾸준히 늘고 있다. 3분기 반도체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나 늘었다. 1분기는 7.9%, 2분기는 7.3% 증가했다. 이 역시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 이후 더 커진 폭이다. 더 주목되는 것은 타 업종 생산성과의 비교다. 통계청 보고서에 의하면 자동차와 기계장비 등을 포함한 전체 제조업 생산은 1년 전보다 0.7%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록된 반도체 생산성 증가다. 그래서 더 평가할 만하다.
업계 분석이 흥미롭다. 일본 수출 규제가 오히려 우리 반도체 수출을 늘렸다고 본다. 한국의 메모리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만큼 대체가 어렵다. 한국 반도체에의 의존도가 높다는 얘기다. 한국 반도체 불안은 그들에겐 수급불안이다. 물량을 확보해 둬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의 메모리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대체가 어렵다는 점은 불황기에도 결정적인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했다.
물론 가격 하락에 대한 불안감은 있다. 지난달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784억 6천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천71억 7천만 달러)보다 26.3% 줄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의 가격이 급락한 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이 수출액도 ‘반도체 슈퍼 호황’이 시작됐던 2017년보다 많다. 내년에는 가격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유지되는 한 큰 걱정은 없어 보인다.
일본과의 경제전(戰) 넉 달 째다. 정부는 지소미아 연장 불허로 맞불을 놨다. 국민은 일본산 불매 운동으로 분노를 표한다. 모두 국민이 동의하고 동참하는 극일 투쟁이다. 그 덕에 일본과의 싸움을 팽팽히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노력의 정점에 반도체가 있다. 일본은 판단했다. ‘반도체를 때리면 한국은 무너질 것이다’. 이를 오판으로 만들고 있는 한국 반도체다. 수출물량ㆍ생산물량 증가로 보란 듯이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인정하고 가야 할 현실이다. 일본을 이겨내는 가장 강력하고 당당한 무기, 그것은 기술력과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대한민국 반도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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